한 마디로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분야에서는 진리가 되었다. 사실 여기까지는 누구라도 좋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화가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돈까지 벌어다 준다는데 마다할 이가 있겠나. <대장금>과 <겨울연가>의 세계 시장에서의 성공은 '한류'라는 바람으로 우리를 들뜨게 했고, 문화콘텐츠의 힘을 보여준 그 달콤한 추억을 곱씹는 대한민국이 글로벌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대표적인 그 두 가지 콘텐츠만 봐도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것이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닌텐도 만들자, 해리포터 만들자 하는데 그렇게 부러워하는 글로벌 콘텐츠들 역시 자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해외에서도 성공한 케이스들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려는 방식은 성질이 급하고, 당장의 이슈와 성과에 집착하는 민족성을 닮아 자꾸만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과정과 시간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대한민국 신화창조'는 우리나라 콘텐츠에서 그렇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부족하다고 노래 불렀던 스토리 부분을 보강하기 위한 스토리 공모대전이다. 총 4억 5천만원을 내걸은 이 공모전은 그 무엇보다도 글로벌 상품화를 위한 전략적 스토리를 완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TV미니시리즈와 TV애니메이션시리즈의 시나리오를 공모하는 시리즈물 부문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적용콘텐츠의 구분이 없다. 장르나 형태의 제한 없이 좋은 스토리를 공모하겠다는 것은 추후에 OSMU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OSMU, 영상제작 및 투자 가능성이 심사기준의 30%를 차지한다. (너무 여러번 말해서 지겨울 정도지만, 우리나라의 OSMU를 대하는 방식 역시 글로벌 주의처럼 성급하고 일방적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영화도 만들고,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게임도 만들고, 출판도 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단 한 번에 구상해 낸단 말인가. <반지의 제왕>의 J.R.R 톨킨은 바닥에 난 구멍을 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호빗족을 떠올리며 그 엄청난 가상 세계의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는데, 처음부터 이것이 영화가 되고, 게임이 될 것을 염두에 두었을까.)
작품 선정의 주안점으로는 대중성, 상업성, OSMU 가능성, 국내시장 성공 및 해외진출 가능성이 있고, 그 외에 유머러스한 부분이 눈에 띄는데, '밝고 건강하고 긍정적이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이야기'다. 주제나 소재에 제한이 없다고 하는데 마지막 부분만 해도 꽤 제한적이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작품은 제작부터 OSMU사업, 투융자, 유통, 해외진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잘 되면 대박, 못 되면 쪽박도 원스톱이다.
물론 이왕 하는 것, 쪽박나길 바라지 않는다. 좋은 스토리가 나와서 좋은 작품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래도 우리나라 콘텐츠 지원제도가 글로벌에 대처하는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콘텐츠를 키우는 안목이 좀 더 장기적이길 바란다.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콘텐츠의 해외시장 진출을 제일의 우선순위로 두는 것은 한국어도 잘 못하는 어린이에게 영어로 말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국내에서 안 되니까 해외로, 애니메이션만 안 되니까 OSMU. 이런 식의 대처는 미봉책이 될 수 있다. 뿌리가 없는 식물이 어디가선들 잘 살 수 있을까.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져버리지 말고 우리나라 안에서 고유의 문화가 자생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켜보아 주는 끈기를 보여달라. 해외에서 원하는 한국의 콘텐츠도 그런 자생력과 고유성이 검증된 것일 게 분명하니까.
_ 이현진
원문출처: 이현진 기자의 블러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