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한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홍길동>의 감독인 신동헌 감독님을 뵐 일이 있었다.
대화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당시 첫 장편 연출작을 <홍길동>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이유가 활극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린이들과 어른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장르가 활극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홍길동이 만들어 지고 40여년이 지난 지금 상업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2011년 한국의 박스 오피스를 강타하고 있는 작품은 드림웍스의 <쿵푸팬더 2> 이다. 이 영리한 블록버스터는 1편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액션과 코믹한 스토리 라인, 그리고 아주 쉬운 코드의 감동을 가지고 있다.
<쿵푸팬더>1,2 가 전 세계의 박스 오피스를 강타하자 한국의 투자자들은 한국의 <쿵푸팬더>를 만들기 위해 외국의 시나리오 작가, 기술자, 연출자를 데려오기 바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아는 한 시대를 넘어서 한국의 자체적인 힘으로 만들어진...그리고 <쿵푸팬더> 보다도 더 훌륭하면서도 시대를 앞서간 한편의 한국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려 한다.
바로 <머털도사>이다.
<머털도사>는 1089년 만화계의 거장 이두호의 원작만화를 염우태 감독이 애니메이션화한 TV스폐셜 용 애니메이션이다.
지금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20년 전의 이 작품이 얼마나 위대한 엔터테이먼트였는지 알 수 있다.
도술을 부리는 도사들의 액션물이면서 기존의 우리가 막연한 상상력으로 떠올리는 권위 있는 도사의 모습이 아닌 오히려 못생기고 어리석어 보이는 주인공 <머털도사>를 앞세운 점도 외국의 쿵푸 히어로 팬더를 몇 십 년 전에 넘어선 설정이었다. 게다가 그런 모자란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는 코믹한 에피소드들 역시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단순히 엔터테이먼트의 역할 뿐 아니라 무소유를 기본으로 하는 누덕도사와 탐욕으로 가득한 왕질악 도사의 대결. 그리고 그런 탐욕까지 빼닮은 왕질악 도사의 제자 꺾꿀이의 배신과 같은 의미 깊은 스토리 라인은 액션에 놀라고 개그에 웃는 동안 깊은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어디 그 뿐인가 주인공인 <머털도사>의 도술의 방법은 자기 몸의 일부인 머리털을 뽑아 상대방을 변화시킨다. 아마 마법을 다룬 환타지 계열의 이야기에서 이정도의 파격적인 설정이 있었던 건 오승은의 <서유기>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원작 자체가 이렇게 뛰어난 작품이었다면 이 작품을 애니메이션 화 한 염우태 감독의 연출도 이 작품을 걸작으로 만드는데 엄청난 역할을 했다.
누덕산과 질악산 그리고 그 마을을 원씬 원컷으로 지나가며 연출된 오프닝(3D도 아닌 2D 작화로!)은 감독이 이 작품에 얼마나 심열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꺾꿀이와 머털도사의 도술 대결에 쓰인 변신술 장면은 당시 애니메이션에서 흔치 않은 몰핑 기법으로 연출되었다.(그것도 2D로!)
지금 봐도 화려하고 웃기고 재미있는 영화 엔터테이먼트인 <머털도사>를 <쿵푸팬더>가 나오기 20년 전에 만든 예술가 집단이 한국에 존재했다. 그리고 사라졌다.
<쿵푸팬더>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떼돈을 벌고 싶어 하는 투자자와 제작자들은 이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연상호 (애니메이션 감독/ 스튜디오 다다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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