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Idea Box | 45 ARTICLE FOUND

  1. 2010/12/22 움직이는 그림
  2. 2010/03/25 34살의 걸음마. (3)
  3. 2010/02/10 끔찍한 세상의 끔찍한 기도. (1)
  4. 2009/12/03 착하고 끔찍한 말들에 대한 단상. (4)
  5. 2009/11/16 변화를 바라보며
  6. 2009/10/26 수포. (4)
  7. 2009/10/09 연애편지.
  8. 2009/09/24 대안없는 비판에 대한 단상. (1)
  9. 2009/09/23 연애의 끝 (6)
  10. 2009/08/26 통계와 열정. (3)

움직이는 그림

Idea Box 2010/12/22 00:57


애니메이션 감독인 나는 여전히 움직이는 그림을 보면 신기하다. 우왓! 그림이 움직여!

그림이 움직여! 라고 하는 표현이 너무 폭 넓은 감탄이지만 단지 그것은 낙엽이 바람에 날려 움직이는 것을 보았을 때와는 다른 감탄이다.

사실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림이라고 하는 것은 신기한 것이다. 단순한 선으로 되어 있더라도 실재한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매개가 될 때도 있고 사람의 표정을 그려 넣으면 몇개의 선으로 되어 있더라도 마치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살아있는 것 같다. 단지 살아 있을 뿐 아니라 내가 느끼는 감정같은 것을 느끼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눈이라도 깜빡인다면...맙소사.

사람은 같은 세계에 살고 있지만 각자의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또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또 내가 느끼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그리고 그런 그림이 움직인다면 더 멋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움직이는 그림을 그려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이다.
그걸 가지고 돈을 많이 벌수 있다면 그건!!!!!!!!!!

그외에도 멋진 일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사는 세계를 살아가는 움직이는 그림을 그린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그건 마치 내 유전자를 가진 생명을 바라보는 것 만큼이나 멋진 일일 것이다.


너무 멋진 일이라 욕구가 생긴다. 내 유전자를 가진 생명을 가지고 싶다 라는 욕구만큼이나 강한 욕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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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살의 걸음마.

Idea Box 2010/03/25 04:50

신고 다니던 운동화의 에어가 터져서 걸을때 마다 삑삑 소리가 나서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이 신는 신발같다. 누가 신발이 왜 그러냐 물을 때 마다 '걸음마 중이라서..' 라고 실없이 대답한다.

요즘은 삼성의 광고를 만들고 있다. 만들고 있다곤 하지만 외주의 외주의 외주 작업이다. 굳이 그 피곤한 삶에 대해 뭐라 얘기 하지 않아도 기분 더러워질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한동안 체계없고 하청인력만 죽어라 혹사하는 시스템에 더럽다 욕을 하다가도 적어도 그들이 자기 발걸음을 가지고 세상에 어떻게든 적응하여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문득 쑥스러워진다.
 
몇몇의 선택에서 올바르다 생각되는 선택을 했지만 항상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그냥 왜 이 올바른 선택이 올바른 결과를 가져다 주는건 아닐까 비관하기나 했지.

몇몇의 서글픔과 몇몇의 고민 속에서 이 모든게 아직 세상에 나가지 못한 탓임을 알았다.

이제는 정말 가능성의 시대를 넘어 세상에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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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사이 부쩍 이 세상이 끔찍하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이런 끔찍한 세상을 살며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때 마다 그에게는 제발 끔찍한 일이 닥치지 않길 기도한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에게 끔찍한 일이 닥치지 않길 바라는 건 그에게 엄청난 행운만 오길 바라거나 끔찍한 세상을 인지하지도 못할 만큼의 무지한 사람이 되길 바라거나 혹은 그가 남을 끔찍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끔찍한 세상에 사랑하는 이가 끔찍한 일을 겪지 않도록 그가 끔찍한 인간이 되길 바라기를 기도해야 하는 곳이야 말로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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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철도 노조 파업과 관련해서 <우리 젊은이들도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보장받고도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안정적일 뿐 아니라 먹고 살 걱정도 당연히 없거니와 그 후손 역시 먹고 살 걱정은 커녕 일자리 따위는 가지지 않아도 죽을 때 까지 떵떵거리며 살수 있는 재벌들에게는 어떻게 그렇게 과도한 이해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 사회에서 기득권층은 고통을 이겨낸 승리자라 모든 걸 가져야 하고 노동자란 그런 승리자가 거둬먹여 살리는 존재라고 여기는 걸까? 그래서 같은 인간을 대하는 이해심이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걸까?

-KBS에서는 <막말 삼진 아웃 제도>를 도입해서 막말을 일심는 출연자는 프로그램에서 퇴출시킨단다. 막말로 얼룩진 예능 프로그램을 순화시키겠다 란 의도라는데 벌써 부터 말이 많다. 막말의 기준이 모호하다 등이 지적되는데...개인적으로는 녹화방송이 대부분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프로그램 전체를 책임지는 피디가 분명 있는데 왜 출연자를 퇴출시킨다는 건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세상에는 착하고 좋은 것으로 꾸며진 끔찍한 말들이 참 많다.

도대체 그들은 그 착하고 끔찍한 말들을 하는 법을 어떻게 배운걸까?
다들 어딘가에 모여서 공동으로 학습이라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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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바라보며

Idea Box 2009/11/16 23:05

중학교 때 다니던 학원의 수학 선생님은 예뻤다.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선생님을 좋아했다.

그 당시 대학생이었던 그 선생님은 스물 몇 살 정도 먹은 여자아이였지만 당시 나에게는 눈이 부신 우상이었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용돈이 됐건 등록금이 됐건 성인이 되었단 증거로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 시간에 만나는 10대 소년들이 얼마나 힘든 노동이었겠냐 만은 그때야 그런 것은 다 제쳐놓고 그냥 그 예쁜 선생님이 좋았다.

어느 날 그 선생님이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학원을 그만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잠에 들지 못했다.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지 피부 안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끊어 오르는지 고통스러웠다.
이제 다음 주면 영영 그 선생님은 못 보겠구나.

영영 못 보겠구나.

그 문장이 내 몸에 불을 질러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었다.
힘들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영영 못 보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학원의 원장에게 그 선생님의 연락처를 물을 수 있고 그렇다면 언젠가 시간이 날 때 만날 수 있다.

그러자 내 맘속의 고통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수년 후 그 학원을 그만둔 지도 오래된 어느 날 그 학원 근처를 지날 일이 있어 그 앞을 지나다가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났다.

지금이라도 학원에 올라가면 그 선생님의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

찰나의 시간에 머릿속에 떠오른 그 생각은 <그러기엔 너무 귀찮다>라는 문장 속에 묻혀버렸다. 그리고 그 직후 쓸쓸함이 밀려왔다.

정말로 이제는 그 선생님을 영영 못 볼 것이라는 것 때문에 쓸쓸한 게 아니었다. 그 당시 나를 고통스럽게 한 그 감정의 행방을 알 수 없어서였다.

사람은 늘 그런 식이다. 상황이 변하면 그것을 대하는 감정도 변화한다.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변화하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느낀 감정을 기억은 하되 느끼진 못 할 것이다.
언젠간 내가 무엇을 생각했는지도 모를 만큼 나는 변할 것이다.
앞으로도 내가 상상도 못하는 자신으로 변화할 것이다.

그러다 문득 변화한 자신을 발견했을 때 쓸쓸한 미소를 지을망정 불같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하는 걸까, 원망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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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

Idea Box 2009/10/26 08:11

술자리가 이어졌다. 시간은 새벽을 훌쩍 넘어섰다.
얘기가 잘 먹힌다. 사람들이 나를 우러러 보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밤이 깊었고 술에 취했단 이유로 끝내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들도 분명 그럴 것이다
여기 저기 늦게 까지 하는 술집을 찾다가 결국엔 편의점 앞에 자리를 잡았다. 예전부터 맘에 두고 있던 근사한 아가씨는 먼저 집에 간다며 이동하는 사이에 집으로 가버렸다. <빌어먹을!> 다음번에 만남을 가질 때는 좀 더 개인적인 만남을 가져야 겠다. 
술자리가 이어지다가 아까부터 맘에 들지 않던 남자아이 하나가 술에 취해 시비조로 말을 건다. 
<칸타타를 아세요?> <응?> 
칸타타가 뭐지? 문학가? 철학자? 누군지 몰라도 당연히 알아야 하는 사람인가 보다. 설마 커피 칸타타를 말할리는 없을테니까. 이럴땐 어떻게 하지?
<누구? 모르는데? 뭐하는 사람인데?>
<앤의 남자친구인데...>
앤? 앤은 누구지? 빨간머리 앤이 아닐것이지만 <앤 셜리?> 라고 입에서 튀어 나올 뻔했다. 빌어먹을 상황.
 아까부터 맘에 들지 않던 그 남자아이는 내가 사실은 지식도 없고 잘난척이나 하는 인간인걸 꿰뚫어 보고 있었던 건가? 지금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건가? 그냥 안다고 하고 대충 넘어갈까? 내 자신의 캐릭터를 너무 무게 잡고 설정했나?
<앤도 모르겠는데? 누구지? >
<앤을 모른단 말이에요? 칸타타도요? 칸타타의 음악을 한번도 들어보지 않았어요? 압구정동을 기반으로 잡고 있는 최고의 인디 뮤지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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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Idea Box 2009/10/09 19:34

내가 남자가 아니고 니가 여자가 아니라면, 우리가 예전에 애끊는 연인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몸이 이렇게 단단한 고체가 아니라면 너, 혹은 나 라는 단어가 필요없게 적당하게 섞여서 무언가의 끝까지 편안하게 흘러가고 싶어.
너라고 하는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이 너무 따뜻하고 예뻐서 너를 볼 때마나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라고 여기며 하루 하루를 따뜻함으로 꽉 채워진 기분으로 살았어.
지금이야 그런 기분을 어딘가 다른 곳에서 느껴보려고 발버둥치지만..

안녕
여전히 반가워.. 나를 비춘 가장 예쁘고 근사한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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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을 하다 보면 많이 부딪치는 문제 중의 하나는 대안없는 비판을 하는 사람에 대한 경멸이다.
 물론 대안까지 갖춘 비판을 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대안 없는 비판을 한다고 해서 마치 뻔뻔하고 안하무인인 사람이 되어 버린다면 정말 억울할 따름이다.
 그냥 자기가 생각했을때 이건 아닌거 같다 라고 생각이 들면 왜 이건 아닌거 같다 라고 생각하는지 자기 나름의 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그 당사자에게 이야기 할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럼 그 아닌거 같은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대안도 없으면서 왜 비판을 하는가?><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려는 것인가?> 이런식의 논조로 되돌아 오는 것에 답답할 따름이다. 
맞다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것이다.(아니 비판이 비판을 위한거지 또 뭐가 있어야 하겠는가.)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 
예를 한번 들어보자. 
케이블 티비가 계속 안나오다 나오다 수신 상태가 불량하다. 왠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그렇다면 케이블 티비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지금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예를 들어 그렇게 전화를 걸어 <저기 티비가 안나오는 데요..> 그랬더니 <그래서 어쩌라고요. 왜 그런건데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아니 그 원인도 모르고 대안도 없이 전화를 거시다니 정말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려고 전화하셨군요. 그런 비판으로는 어떤 긍정적인 진보는 있을수 없어요. 티비는 알아서 고쳐보세요.> 이런다면 이거야 말로 기가 막힌거 아니겠는가.
 대안을 갖춘 비판을 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것이겠지만 대안 없는 비판을 하는 것을 뻔뻔스러운 행위처럼 인식을 한다면 그 비판을 듣는 단체 혹은 당사자는 아직은 미성숙한 단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 단체가 한국에 너무 많고 너무 많은 권력을 쥐고 있다는게 문제지만...


ps. 굳이 첨부하자면 그런 미성숙한 단체가 문제라 한다면 비판자 입장에서도 대안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판을 할때 조금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알아들을수 있는 말투나 단어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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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끝

Idea Box 2009/09/23 10:38

 남자와 여자는 대학로 근처의 보드 게임방에 들어섰다.
 여자는 남자의 손을 붙잡고 보드게임방의 중앙 테이블을 가리키며 저쪽에 앉자. 라고 말했다.
 며칠 전 남자는 여자에게 이제 헤어지자고 고백을 했었다. 벌써 며칠 동안이나 이야기 하던 연애의 끝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보드 게임방에 가자는 제안을 했다.
 남자는 보드 게임방이라는 곳에 처음 와보았다. 어색하다.
 둘이 한 테이블에 앉자 보드게임방의 직원은 메뉴판을 들고 와 어떤 게임을 할지 정하길 바랬고 여자는 시간을 들여 미소를 띠고 메뉴판을 바라보다 하나의 게임을 선택했다. 보드 게임방의 직원은 여자가 선택한 게임의 방식, 룰, 벌칙을 성실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 모든 것이 낯 뜨겁다. 그래서 그 게임의 방식은 듣지도 않고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여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게임방의 직원의 설명을 한자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직원이 내뱉는 단어들을 곱씹으며 듣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시작했다. 그러더니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직원은 매뉴얼대로 높은 톤의 목소리로 설명하다 당황하기 시작한다. 남자는 직원에게 그만 가도 좋다는 손짓을 한다.
 옆 테이블의 사람들도 남자와 여자의 테이블을 의아한 듯 바라본다.
 여자는 몇 분 동안 서럽게 울더니 남자에게 말한다.
 -말은 안했지만 사실은 너와 보드 게임방에 너무 오고 싶었어. 그냥 보통 연인들처럼..
 그동안 남자에게 헌신해왔던 여자였다. 자기 밖에 모르는 남자의 모든 것에 맞추어왔던 여자였다.
 남자는 여자에게 다시 한 번 설명한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야. 나는 보드 게임이 재미없어. 끔찍해서 하고 싶다는 욕구도 느껴본 적이 없어. 너도 그걸 알기 때문에 나에게 보드 게임을 하자고 말하지 않았지만 나 역시 그걸 참고 있는 너를 모르고 있던 게 아니야. 하지만 그런 너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어. 그리고 그런 내가 끔찍해. 너를 볼 때마다 난 내가 끔찍한 인간이라는 걸 확인하는 거야. 우리의 연애는 끝났어.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테이블 위의 주사위를 바라보고 있다.

 여자는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집에 데려다 달라고 이야기한다. 둘은 보드 게임방을 나와 길을 걷기 시작한다.
 둘은 말없이 버스를 타고 길을 걷으며 여자의 집으로 가고 있다.
 여자의 집근처에 다다를 무렵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았다. 떨고 있었다. 손을 잡자 남자에게 여자의 두려움이 그대로 전해졌다.
 둘은 함께 이 끔찍한 순간을 이겨내야 했다. 남자는 여자의 손을 꽉 잡았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여자의 집에 점점 다가갈수록 여자의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꽉 잡은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집이 이제 눈앞에 보인다. 여자는 호흡하기도 힘들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그리고 그 모든 게 잡은 손을 통해 남자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조그만 더 조금만 더..
 이 둘의 연애는 이제 10미터도 남지 않았다.
 꽉 잡은 손은 땀에 젖어 있다.
 그리고 마침내 여자의 집 앞에 도달했을 때 여자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게 끝이다.
 둘의 연애는 끝이 났다.

 여자는 힘을 내서 그 자리에 섰다. 남자는 돌아선다.
그리고 왔던 길을 향해 다시 한걸음 내딛었다.
 남자가 한 걸음 내딛자 여자는 숨을 삼킨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남자는 돌아서는 발걸음에서 정확한 템포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남자는 자신의 뒤편에서 자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울고 있는 여자가 느껴진다.
 뒤돌아보면 안돼. 뒤돌아보면 안돼. 하나 둘 하나 둘.
 남자는 자신의 발걸음의 템포를 통일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오르페우스의 전설을 떠올리고 있다. 여자의 울음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끼며 남자는 생각한다.
 언젠가 나도 지금의 너처럼 끔찍한 일을 겪고 말거야..
 남자는 스스로에게 저주를 거는 것으로 지금의 죄책감을 이겨내고 싶다.
 물론 몇 년 후 남자는 다른 연애를 시작하고 정말로 자신에 걸었던 저주처럼 지금의 상황과 반대의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때가 되기 전까지는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곳에 빨리 도착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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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와 열정.

Idea Box 2009/08/26 12:58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통계에 의한 계산으로 정할수는 없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확신은 누구도 가질수 없는 노릇이다.
이럴때는 초심의 열정을 끄집어 내어 어쩌면 망가질지도 모르는 인생을 향해 돌진 하는 수 밖에 없다. 끔찍하든 행복하든 그것은 인생이고 자신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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