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제 감독은 좋은 감독이다.
작품의 리뷰를 하기 전에 그것을 만든 감독은 좋은 감독이다. 라고 말하는 건 위험하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박용제 감독은 그동안 다른 주목받는 감독들처럼 해외영화제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리거나, 엄청난 추진력으로 작업해 대중에게 알려진 그런 감독은 아니지만 뛰어난 그림실력과 괴물 같은 연출력, 그리고 서사와 이미지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 줄 알고 있다.
위와 같이 한국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가고 있는 좋은 감독이다.
아직 잘 모르겠다면 이번의 신작 <거짓말>을 보라고 하고 싶다.
<거짓말>은 섹스 앤 더 시티와 같은 시트콤 형식의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그곳의 배경은 뉴욕이 아닌 서울이고, 주인공들도 30대의 싱글녀가 아니라 30대 게이들이다.
이 영화의 네 명의 주인공들은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게이들이다. 어느 날 이미 애인이 있는 한 친구가 집의 강압 때문에 결혼을 해야 되고 그 때문에 또 다른 동성애 커플과 계약결혼을 추진하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큰 골격이다. 그 과정에서 친구들은 자신의 사정을 말하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한다. 박용제 감독만의 폭발적인 연출은 이 모든 과정을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는 뛰어난 영화연출 기법으로 눈과 마음 모두 즐겁게 보여준다. (박용제 감독의 거짓말 같은 영화가 있기에 슬쩍 묻어가며 나도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ㅎㅎ)
서울이라는 도시가 늘상 그래왔듯 동성애자들이 살기엔 이곳의 편견과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배타성은 너무나도 강하다. 그래서 슬프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런 슬픔을 보여주고자 하는 건 아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런 곳에서 살아가고 또 살아남는다. 또 그런 살아남는 과정이 항상 슬픈 것만은 아니다. 그런 슬픔을 이겨내게 해주는 연대라고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에서 보여주는 네 명의 게이들의 이 우정어린 연대는 불안하고 완벽하지 못하다. 어느 순간엔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실망감을 안겨주지만 그러면서도 수없이 그런 불안함을 이겨낸다. 그러면서 이 연대는 유지된다.
영화의 마지막에 계약결혼을 하게 되는 두 동성애 커플의 허니문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손을 잡아 가는 장면은 비록 온전한 해결책이 아니지만 사람들의 연대를 보여준다. 이 연대의식이 온전하지 못하다가 해도 분명 이 연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유지가 될 것이고 또 더 나아질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 연대에 연대를 더해 더 나은 연대를 만들어서 결국 연대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세상을 만들길 바란다.
딱 까놓고 재미있냐고?
재미있다.
섹스 앤 더 시티 만큼이나 재미있다.
여자 뿐 아니라 남자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으니
섹스 앤 더 시티 보다 더 재미있다! 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어떻게 봐야 하냐고?
글쎄. <거짓말>은 인권애니메이션 프로젝트 <별별이야기 2-여섯 빛깔 무지개>에 포함되어 있는 작품이다. 이미 극장에서 내렸으니 DVD가 나오기를 한번 애타게 기다려 보자.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서사를 가지고 있는 연출에 이만한 연출력을 가진 감독이라면 어서 장편 데뷔를 해야 한다. 박용제 감독과 같이 모든 면에 재능 있는 영화감독이 나오기는 참 힘들다.
미야자키와 쿵푸 팬더에 넋을 놓고 있는 애니메이션 산업과 영화산업 종사자들에 이 말을 하고 싶다.
-연상호 2008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