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애니메이션 상황을 말했던 그 동안 항상 정부의 정책과 썩은 산업 간의 관계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 둘의 양자 간의 유착관계에서 말해지지 않았던 애니메이션계의 실질적인 권력층인 한국 애니메이션 교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쯤 되면 <내가 뭘! 권력이야! 교수해 먹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어!> 라고 역정 낼 교수님들이 계실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밥줄을 압박의 도구로 삼는 게 이상하지도 않은 애니메이션 판에서 정말 큰 사고 치지 않는 한 밥 굶을 염려는 없는... 그러면서도 유일한 투자처인 정부의 지원정책의 중요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판도를 만들어 가는 당신들이 권력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자..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애니메이션 판... 매년 각종 단편이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 졸업 작품이다.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도 한국의 애니메이션과는 엄청 많다. 그 말은 거기에 속해있는 교수들도 엄청 많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학계의 규모만 봤을 때 전 세계에서 애니메이션 학계의 인원이 이 정도 규모인 나라는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그거 참 이상하기도 하지 단편을 심사하든 장편을 심사하든 평가를 할 수 있는 담론이나 이론이 한국처럼 적은 나라 역시 찾기 힘들다. 쏟아져 나오는 단편의 리뷰하나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나라인 것이다. 평론뿐인가...애니메이션 기술 서적이나 테크닉적으로 제대로 된 논문 하나 찾기도 힘들다.
그러니까...학계의 규모는 엄청난데 학문은 밑바닥인 그런 판인 것이다.
한국 애니메이션 대학의 교수사회의 형성과정은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과 너무나 닮아있다.
90년대 중반 애니메이션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이야기가 정부쪽에서 흘러나오며 이른바 애니메이션 육성정책이 시작되면서 눈먼 돈이 쏟아졌다. 산업 쪽으로 흘러간 이야기는 너무 얘기 많이 해서 둘째 치자. 산업만 키우면 문화 산업에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눈먼 돈은 산업 쪽 뿐 아니라 학교 쪽에도 흘러갔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이 앞으로는 돈이 된다니 그 돈 되는 기술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의 욕구도 충만해진 상황이었다. 욕구가 충만해진 학생이 많다는 건 학교로는 등록금을 낼 학생이 많아진다는 거다. 그렇게 90년대 중반에 각 학교에 애니메이션 과라고 하는 게 폭발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 애니메이션 과라고 하는 돈 되는 과를 만들어 놨는데 학교입장에서는 난처한 문제가 생겼다. 누가 가르치지?
애니메이션 산업을 그동안 이끌어 왔던 원로 감독들이 아마도 1순위로 거론이 되었겠지만 문제는 당시 원로 감독들의 학력이었다. 보통 동화맨으로 시작해 애니메이션 판에 뛰어든 감독들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 교수인데 대학물 한번 먹어보지 못한 사람을 교수로 내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적어도 석사. 학사라면 명문대. 아니면 외국물이라도 먹었어야 해야 되는데.... 그런 사람 중에서 애니메이션에 손가락이라도 잠깐 담군 사람...아니 그냥 애니메이션이 뭔지는 알기만 하면 줄줄이 교수가 되었다. 30대 초중반의 새파란 백수들이 하루아침에 교수가 되었다.
서양화 전공, 기계과 전공, 컴퓨터 공학, 뭐든 좋다.
학생들에게 뭘 가르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내일이면 엄마가 <우리 아들 교수 됐네~> 하면서 좋아할 판인데 뭐가 문제인가.
단편 애니메이션을 한편 만들어 보았고 석사 학위가 있다면 아이구~ 교수님이 되는 시절이었다.
이글을 읽는 학생들은 당장 내일 우리학교 전임교수님 이력서를 들춰보자. ㅎ
문제는 시대의 행운아로 평생 밥그릇을 꿰찬 이들이 정신 차리고 정말 학문에 매진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사실 그것도 이해가 가는게 20대 초반의 귀여운 학생들이 스승의 날이면 <교수님 사랑해요.> <교수님 최고!> 이런 쪽지에 선물에...정신 못 차리지... 또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는 베일에 완벽하게 가려진 그러면서도 눈먼 돈이 쏟아져 들어오는...게다가 견제하는 세력이나 비판 담론하나 없는 그런 곳에서 썩지 않는다면 그거야 말로 부처지...
그렇다면 정말로 한국 애니메이션과의 교수님들은 만날 놀고먹는 것일까?
그렇지 만은 않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관련한 행사를 할 때 프로그래머, 기획자, 고문, 등으로 심심치 않게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사를 만들고 기획하고 예산도 따오고 그런 일을 발 벗고 나서서 하는 게 한국의 애니메이션 교수 사회이다.
야~ 교수님 잘하셨어요. 정말 수고 많으세요..짝짝짝 박수 쳐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렇게는 못하겠다.
상식적으로 교수사회라 하는 것은 학계이다.
학계라 함은 학문을 연마하고 담론을 형성하고 산업을 학문적으로 견제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학계에서 행사를... 산업과 관련한 행사를 기획한다. 학계가 학문을 연마하기는커녕 오히려 산업의 권력싸움에 머리를 디밀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판이다.
학문을 연마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애니메이션을 몰라도 석사, 명문대 학사, 유학파를 모셔다 놨더니 책 한자 더 보고 글한 줄 더 쓰고 연구하기는커녕 뭐하나 해서 권력싸움에 이기려고 힘겨루기만 준비하는 것이다.
이 힘겨루기는 대외적인 상황뿐 아니라 학교 내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전임교수끼리의 힘겨루기 또 자신을 추종하는 겸임교수 만들기...그리고 진짜 먹고살게 없어서 모이만 주면 움직이는 시간강사 관리하기..
이제는 그들에게는 시장이 없어진 한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이라고 하는 것은 학교 그 자체다. 그들에게는 이제는 학문이란 단어는 그냥 술 먹다가 하는 농담일 뿐이다.
듣고 본 실제의 예를 들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뺀다. (이 후에 짧게 짧게 소개할 예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교수사회를 견제할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독이 됐든 작가가 됐든 학교에서 녹을 먹지 않으면 생계가 막막하고 교수에게 잘못 보였다간 유일한 투자처인 지원제도에서 밀려날게 분명하기 때문에 누구나 아는 이 끔찍한 진실은 감추어지고 가려져서 이제는 누구도 말릴 수 없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공감하는 학생들은 당장 내일 학교의 전임교수의 수업을 들을 때 자신이 낸 등록금과 교수가 지금 하고 있는 강의의 질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수들의 이력서를 한번 들춰봐야 한다. 만약 그것에 불만을 느낀다면 스승의 날에 교수님의 롤링페이퍼에 교수님 사랑해요 가 아닌 이야기를 써야 한다. 수업 때 팔짱을 끼고 노려보자. 그러면 평소 성격도 좋고 착한...술값도 잘 내주는... 나를 귀여워 해주던 교수의 얼굴이 달라 보일 것이다.
혁명이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학계에 학문을 닦는 교수님들께는 짧게 한마디만 하마.
똑바로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