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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5 (펌)이명박은 중요하지 않다_허지웅


원문출처: 허지웅의 블러그

사실 이명박은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 이명박을 욕하는 건 오락거리는 되더라도 이데올로기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작동시키지 못한다. 이명박은 못생기고 멍청해서 쉬운 분노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얼굴만 봐도 화나는데 하는 걸 보면 한숨도 안 나온다. 삽질 정권의 삽질일 뿐이다. 아니 이명박과 비교하기에 이 해묵은 노동의 도구는 너무나 정직해 삽에게 미안하다. 이명박은 파시즘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못 생긴데다 위기는 기회다, 따위 하나마나한 솔로몬 대왕적 격언 모음을 빼면 정작 컨텐츠가 없어 도무지 사랑받을 길이 없다. 언어라도 영리해야 하는데 뱉는 말보면 무식하기 그지없다. 이 정권의 미래는 빤하디 빤해 빤하다는 문장조차 빤하다.

진짜 무서운 건 한나라당 내부의 포스트 이명박이다. 신지호 따위 정권과 함께 팽당할 바보들 이야기가 아니다. 포스트 이명박은 이명박과의 차이점을 일찌감치 부각시킬 것이다. 박근혜나 홍정욱의 경우가 이미 그렇다. 구체적인 행동 없이 말을 앞세워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을 강조한다. 홍정욱은 벌써부터 서울 시장이나 대권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더불어 서민을 위하고 아끼는 듯한 수사를 앞세워 언뜻 건설적인 대안인양 스스로를 내세운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저 수사일 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어떤 정치인도 뿌리를 부정해 정파와 계급적 욕망을 넘어설 수 없다.

어쨌든 대단히 영리하고 전략적인 포장지다. 심지어 홍정욱은 꽤나 잘생겼다. 내 생애 쉼표도 마침표도 없다는 7막 7장 막장 똑똑한 성공의 아이콘이다. 그걸 신뢰하든 하지 않든 이 자체로 중요하다. 언제나 끝내 살아남아 기억되는 건 이미지뿐이다. 파시즘을 한다면 홍정욱 같은 자가 할 것이다. 대중의 지지를 업고 더욱 지독하되 영리하게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다. 이게 무섭다. 진보진영이 이대로 이명박 뒤나 쫒고 내부에서의 역겨운 순수성 논쟁이나 지속한다면 차기 대권, 차차기 대권의 향방은 너무나 확연하다. 정교해져야 한다. 비판도 문제의식도 모두 정교해져야 한다.

이를테면 우석훈-변희재 논란과 비슷한 것이다. <88만원 세대>는 단순히 20대가 386의 자리를 빼앗아 그 자리를 차지해야 살만해진다고 주장하는 텍스트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 그 자체에 대한 지적이다. 그런데 구르는 돌마저 386 때문이라는 변희재가 <88만원 세대>를 가지고 들어와 386과 진중권을 비판하자, 그 빤한 수사에 넘어가 들썩거리는 독자들이 있다. 덕분에 변희재는 주제에 진중권과 말을 섞을 정도 위치를 확보했다. 하지만 당신들 일자리 뺏은 건 386이 아니다. 경제 프레임이고 이데올로기다. 이걸 바꾸지 않고선 방법이 없다. 코미디다. 코미디를 가능케 하는 건 쉬운 분노다. 정교하고 확실해져야 한다. 눈앞의 팔랑대는 떡밥에 경거망동해선 나아질게 없다. 그 중 국가대표급으로 가장 팔랑대는 게 민주당이다. 이명박을 겨냥한 독설 시리즈 빼고는 아무 내실이 없다. 회의 시간에 고작 이명박 까는 인터넷 게시물 몇 개 스크랩해서 프리젠테이션 하는 게 전부인 듯 싶다. 한심할 따름이다. 허지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