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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30 제7화 애들아, 우리... 통닭 시켜 먹을까? (2)
  2. 2008/03/30 제6화 무언극에 소리를 건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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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완성, 후기

글: 김승인 (스튜디오 다다쇼 프로듀서)


상황1  "우리... 족발 안 시켰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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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안경 쓰고 머리 둥그런 재호가 돼지사장에게 던지는 대사다. 우린 족발도 시키지 않았지만 족발의 유혹이 있을 법한 야근도 하지 않았다. 총 인원 7명, 170여 컷, 원화 4,000여장, 동화 10,000여장, 11개월-2,000여 시간, 세계 노동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을 준수했고 잔업과 야근은 없었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모두 쉬고 여름 휴가도 다녀왔고 추석과 2008년 설도 잘 쇠었다. 우리는 그저 아침 10시에 나와 저녁 7시 까지 각자 맡은 바 일을 꾸준히 해왔을 뿐이다.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과 선녹음 등의 새로운 제작시스템을 만들고 구축하며 시작한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 제작이 2007년 4월부터 봄과 여름, 가을을 보내고 겨울의 한 복판에서 다시 봄을 기다리며 완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상황2  "애들아, 우리... 통닭 시켜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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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 연상호 감독은 현재 다다쇼(Studio  DADAShow) 스태프들에게 <사랑은 단백질>을 내밀며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들은 함께 모여 후라이드 & 양념 통닭을 시킬 때와 같은 설레는 마음을 놓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작품을 완성시켜왔다.

연상호 감독: 오래 전부터 최규석의 원작만화 <사랑은 단백질>을 애니메이션화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죠. 게다가 어떤 식으로 만들겠다는 방향성과 목표도 분명히 정해져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완성되는 시점에 이르고 보니 처음에 의도했던 바대로 만들어졌는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네요.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생기구요. 연출의도가 흐려지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스태프들이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해주었기 때문에 적어도 관객들과 만나기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작품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작품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인데 만약 <사랑은 단백질>을 재미있어 하는 관객이 있다면 그건 우리 스태프들이 노력해 준 성과가 나타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약 작품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관객이 있다면 그건 모두 감독의 연출력이 무르익지 못한 책임 때문입니다.

스태프를 끔찍이도 아끼는 연상호 감독은 "네 덕, 내 탓"의 가치를 공고히 했다. 자신은 작업의 끝자락까지 몰아 학대하면서도 스태프들의 개인적인 사정과 상황은 모두 다 수용하는 이상한(?) 사람 연상호 감독은 척박한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환경에서 주말과 공휴일은 쉬면서도 철저하게 노동시간을 준수하는 (말도 안 되는) 제작환경을 마련했다.

그러나 야근은 단 하루도 허용되지 않았던 다다쇼의 작업환경 속에서 제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놀랍게도 일정보다 훨씬 앞서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는 연 감독을 비롯해 그와 의기투합한 스태프 각자의 자기역할 수행능력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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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흠 기술감독: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 이라는 것을 처음 시도했던 작업초기에는 결과물이 어떨지 예측이 되지 않아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해 나가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보니 대체적인 작업라인이 보이게 되더군요.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안도를 했습니다.

제가 <사랑은 단백질>에서 담당한 부분은 작품에 필요한 모든 3D작업이었는데요. <사랑은 단백질>의 완성 결과물은 비록 2D 애니메이션이기는 하나 3D 더미를 기본 골격으로 해서 작화를 하는 방식이었기에 혼자서 작업하기엔 3D 작업량이 생각보다 많았죠. 게다가 더미 애니메이션이 빨리 완성이 되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작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업 속도 또한 빨라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3D 작업을 할 때 작품에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나눠보았죠. 예를 들면 모델링에서는 가능한 한 로우 폴리곤으로 표현하면서도 3D 모델을 바탕으로 작화를 할 때 캐릭터의 특징이 잘 살아나도록 하는 것처럼요. 불필요한 디테일을 최대한 제거하고 작업을 한 것이죠.

배경 작업이나 키 애니메이션을 진행할 때 각 씬을 처리하기 위한 시간의 안배가 관건이었는데 중요한 씬 작업을 할 때는 당연히 작업시간을 많이 가졌지만 비교적 덜 중요한 부분은 작업과정을 과감히 생략해가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씨름했습니다. 그 결과 3D 더미 애니메이션 작업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일찍 마무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미 애니메이션이 첫 실험이었던 탓에 완성화면을 보았을 때는 몇몇 장면이 아쉽게 느껴지더군요. 왠지 모르게 3D 애니메이션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어떻게 보고 받아들일지 모르겠네요. 다음 작업을 할 때는 2D 애니메이션 느낌을 좀 더 살려낼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키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번 작업이 아주 디테일하거나 사실적인,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감각적인 작업을 요하는 부분이 많아서 쉬운 작업이 아니었던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좋은 경험이었고 다음 작품의 완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황3  "웃기라고 한 말 아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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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은 관객과의 소통이 이루어질 때 생명력이 강해진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감독과 스태프 간의 소통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럴 때야 비로소 애니메이션을 향해 말문을 틀 수 있고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알게 되는 것이다. 만약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면 작품이 완성되고 나서도 관객들과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정현욱 미술감독: 에니메이션에 간접적으로 참여해서 소소한 부분을 맡아 작업 했던 경우는 몇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두 손 두 발 다 담그고 작업에 참여한 경우는 없었어요. 틈틈이 제대로 작업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차에 평소 알고 지내던 연상호 감독이 <사랑은 단백질>을 준비하며 함께 작업을 해보자는 제의를 해왔습니다.

제가 애니메이션 작업을 주로 해오지 않았던 터라 미술감독 제의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최규석 작가와도 친분이 있었고 <사랑은 단백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실제 인물과 공간 역시 나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작업에 이모저모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작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튼 작업이 시작되고 난 후 연 감독과 작업에 대해 본격적인 상의를 하기 시작했음에도 애니메이션 경험이 부족했던 저는 작업 기간 동안 배경미술을 어느 정도 퀄리티로 만들어 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헤매야 했고 때론 적절한 선에서 완성도의 기준을 설정해야 했습니다.

정해진 일정과 정해진 작업량 그리고 여러 다른 의견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완성에 대한 기준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작업에 착수하고 수 개월이 지난 지금 일을 마무리 하며 돌이켜 보면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 이상으로 작품이 잘 나와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품 제작을 하다 보면 개인 작업이건 팀 작업이건 간에 아쉬움이 남길 마련인데요. 그런 아쉬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본질적인 실력향상인 것 같아요.

<사랑은 단백질>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완성도에 대한 기준 역시 감독의 머리 속에 확실히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를 실재화하는 과정에서는 제작 로드맵에 없는 여러 부분, 지형지물 등이 생기기 마련이라서 서로 간 의견조율을 통해 새롭게 추가하고 생략해가며 전체적 일관성, 어울림을 조율해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어요. '작품활동'과 '노동(작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음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호 Egrim 2D 매니저: 처음 <사랑은 단백질>의 제작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는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삽화체 애니메이션이 그다지 많지 않은 한국 애니메이션 현실에서 <사랑은 단백질>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이 있었으나 실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초반 캐릭터가 작업자들의 눈과 손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 그 이후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작품 캐릭터에 그림자가 많아서 고생이 되긴 했습니다만 색다른 경험이었고 캐릭터 특징이 잘 살아있어 작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또 디지털 공정에서는 보통 캐릭터의 외곽라인의 칼라만 바꾸는 작업이 대부분인데 <사랑은 단백질>의 경우 외곽라인에 블랙이 아닌 다른 칼라로 블러효과를 적용해 형태를 완성하는 독특한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 OEM방식을 주로 하게 되면 작업방식이 정형화되기 마련인데 <사랑은 단백질>을 접하면서 정형화된 작업방식을 탈피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수시로 감독님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최소로 줄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상황4  "호홍~ 그거 닭 뼈 빻다가 물집 잡힌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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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업 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되도록 원화를 많이 그리는 것이었다. 원화를 그려내는 손에 물집이 잡히진 않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작업량을 마치려면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되도록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아야 했다. 물론 각 스태프들이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면 엉덩이에 물집 잡히도록 앉아있었을지라도 제 시간에 마치진 못했을 것이다.

장진열 원화: <사랑은 단백질>은 제게 애니메이션이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보여 준 작품이었습니다. <사랑은 단백질>의 작업방식은 기존의 애니메이션 제작방식과 현재의 기술이 어우러져 가장 합리적이고 빠르며 효과적인 진행과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작환경 역시 놀랍도록 잘 짜여지고 구축되어 정말이지 애니메이터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작업에 참여해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창수 작화감독: <사랑은 단백질>을 끝내면서 작업했던 7개월여를 돌이켜보니 참 즐겁게 작업을 했었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중간에 지칠 때도 간혹 있었지만 그럴 때에도 다다쇼 팀의 유쾌한 에너지로 다시 힘을 얻고는 했던 게 생각납니다. 처음 작업 시작할 때의 열정을 작업하는 내내 유지할 수 있게 서로 힘이 되어준 연상호 감독님과 스태프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작품을 관객들 앞에 공개하는 일만 남았는데 보다 많은 관객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의미 있는 방점을 찍게 되는 건 다음 작품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기에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기대가 더 많아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여러 애니메이션 작품을 함께 보며 분석하고 연구했다. 대가(大家)라 불리는 감독은 왜 대가인지 다시 이해하게 되었고 도저히 우리 능력으로는 쫓아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듯한 연출, 레이아웃, 원동화, 칼라, 효과 등을 재발견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들이 새롭게 만들어 냈거나 처음 시도했던 제작방식이 1년의 세월을 지내오며 효과를 보기 시작했고 자신감도 생겼다. 또 절대로 넘지 못할 것만 같은 성취를 이룬 대단한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많은 기술적, 감각적 표현들 역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 <사랑은 단백질> 속 몇 몇 장면들은 연구와 분석, 재창조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때로는 몇 번의 손가락 놀림으로 해결될 일을 좀 더 어렵고 힘든 방법으로 밖에 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은 단백질>과 함께 한 1년의 시간은 모든 스태프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상황5  "아저씨, 이제 닭돌이 그만 보내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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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띠를 하고 있는 꽃미남 홍찬이 닭사장에게 건네는 대사다. 이제 다다쇼 스태프들은 <사랑은 단백질>을 세상으로 내보내야 한다.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 조금 더 다듬고 싶더라도 세상에 선을 보여야 한다. 부족한 부분들은 관객들에게 받게 될 냉정한 평가들로 채워질 것이다.

우리는 <사랑은 단백질>과 첫 대면을 하게 될 관객들부터 앞으로 이 작품을 기억하게 될 관객들 모두 많은 비평을 해주시길 원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과 부흥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회생은 시나리오와 연출에 대한 능력배양,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 도입, 풍부한 자본의 투자 등만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낡은 관습을 벗고 작품 본질에 대한 진솔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또한 작품들마다 무수히 많은 평가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긍정과 부정을 아우르는 냉정하고 날 선 비평이야 말로 <사랑은 단백질> 작품과 애니메이션을 하고 있는 우리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다.


상황6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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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미라 동굴벽화부터 시작된 애니메이션의 역사 속에서 <사랑은 단백질>의 의미는 그저 한 점을 찍는 정도 밖에는 되지 않겠지만 그 점은 또 다른 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 점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해 긴 선으로 확장되며 가시화될 것이다. 170여 개의 컷에 담긴 건 비단 <사랑은 단백질>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고민과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까지 촘촘하게 담겨있다. 곧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게 될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작품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반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지금 이 순간,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다다쇼 스태프들은 더 크고 깊은 호흡을 위해, 다시 또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의 열정은 좀처럼 지칠 줄을 모른다.

그동안 7회에 걸친 "연상호 감독 신작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의 프로덕션 제작 스토리"를 지켜봐 주신 독자들께 스태프들을 대신해 고마움을 전하며 <사랑은 단백질>이 완성되기 전에 먼저 독자와 관객들에게 선을 보일 수 있도록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준 CGLAND 그리고 종종 늦는 원고 때문에 퇴근도 못하고 기다리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최시내 기자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후반작업이 한창인 <사랑은 단백질>이 곧 여러분들과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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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원문출처: 월간 CGLAND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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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음악 및 사운드


글: 김승인 (스튜디오 다다쇼 프로듀서)


무언극에 소리를 건네다.

동시녹음과 후시녹음을 함께 병행하는 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영상제작을 진행하거나 완료한 후에 어떠한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마치 마임(mime)을 보는 것과 같다. 이때 무언극 상태인 애니메이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사운드다. 혹자는 애니메이션에서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 70% 정도라고 말할 정도다. 정말로 그럴까? 재미있게 봤던 애니메이션을 다시 꺼내어 볼륨을 꺼두고 영상만 보면 사운드가 애니메이션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면 사운드 작업을 절대로 소홀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감독이나 작업자들의 사운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작업현장에서는 시간 및 비용 문제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사운드 후반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편이다.

연상호 감독은 처음부터 사운드 문제를 짚고 넘어가려 했다. 작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오윤석 사운드 감독(영상음악제작소 <복화술> 대표)과 <사랑은 단백질>의 사운드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사랑은 단백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2004년 부터 <사랑은 단백질>에 사용하게 될 음악과 사운드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탓이었다.

사운드 후반작업은 벌거숭이에게 여러 가지 장신구와 옷을 입히는 과정이라 볼 수 있는데 영상을 보완해주기도 하고 때론 영상을 리드하기도 한다. 사운드가 일반적인 이해로 보면 공정의 제일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작업으로 생각해서 영상의 보완기능이나 영상의 흐름을 쫓아가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렇지 않다. 물론 사운드가 과할 경우 영상을 해치는 경우도 있지만 적절하게 리드하게 되면 영상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면서 작품 전체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사운드 역할이 가장 극대화될 수 있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오히려 영화보다 그 책임이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상호 감독은 <사랑은 단백질>에서 사운드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고민 역시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연 상호: <사랑은 단백질> 음악요? 오래 전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부터 음악에 대한 분위기를 생각해 왔어요. 정말 오래, 많이 생각했습니다. <사랑은 단백질> 음악의 정서는 기본적으로 트롯(trot)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뽕짝같은 것이라기 보다 영화 <밀양>에서 나오는 음악같은... 작곡자가 남미사람이라고 하는데 이창동 감독의 주문을 받아 트롯 느낌으로 배우지 못한 지방 사람들의 촌스러운 감성을 잘 살려낸 것 같아요. 정말 잘 어울리더군요.

<사랑은 단백질>의 닭 사장, 돼지 사장의 기본 주조를 이루는 감성은 마치 시장바닥에서 일을 하면서 막 우는 것 같기도 한... 그런 건데 이런 감성을 살릴 수 있는 건 소위 뽕삘인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을 실제로 출력해 낼 때는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담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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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본격적으로 제작에 돌입하면서부터 연상호 감독의 고민은 점점 더 심해졌다. 게다가 원작만화가 전달하고 있는 느낌을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낼 때는 다른 방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해법으로 사운드와 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연 상호: 음악에 관객의 입장을 담는 겁니다. 그러면 복잡한 이야기 구조가 정리가 될 수 있어요. <사랑은 단백질>은 음악을 제외하고는 공격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구조거든요. <사랑은 단백질>이 가지고 있는 틀이나 다루는 주제에 대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사랑은 단백질>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이 모호하다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게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만화매체랑 별 차이가 없게 됩니다.

관객을 보다 공격적으로 몰고 가줘야 합니다. 그 역할을 음악이 해줬으면 하구요. 마치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는 내내 옆에 밴드가 연주를 하며 애니메이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반응하는 것 같은... 밴드들이 연주를 하다가 "어? 저거 왜 저래?"라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 함께 감정을 공유하기도 하는...

오윤석 감독은 음악에 관객의 입장을 담았으면 좋겠다는 연상호 감독의 이야기에 그런 방법이 위험요소도 있고 어려운 점도 있긴 하겠지만 상당히 매력있는 시도라고 했다. 중요한 건 음악이나 사운드의 시작과 끝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영상과 어떤 호흡으로 반응하게 될지를 조율하는 일일 것이다.

<사랑은 단백질>은 제작방식부터 새로운 시도로 시작을 해왔는데 마무리 후반작업 역시 새로운 시도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연상호 감독과 오윤석 감독은 <지옥>을 함께 작업하며 이미 호흡을 한 번 맞췄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 <사랑은 단백질> 사운드 작업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 교감되는 부분이 꽤 많았다. 오윤석 감독 역시 연상호 감독 못지 않게 이번 작업에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오윤석: <사랑은 단백질> 작업 초기에 대사 선녹음을 끝낸 후 대사가 입혀진 애니메틱스를 참 많이 봤어요. 느낌요? 좋죠. 그런데 이런 질문은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만화 원작이 있는 작품인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당위성은 무엇일까. 앞으로도 이런 질문은 꾸준히 나올 것 같아요.

저는 원작도 봤고 테스트 필름도 봤는데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원작만화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만화라는 형식 때문에 놓친 부분이나 표현되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원작만화) 작가의 역량 때문이라는 게 아니라 만화라는 매체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애니메이션에서는 육성으로 대사가 녹음되었잖아요? 재호, 돼지 사장, 닭 사장, 닭돌이 같은 캐릭터들이 육화(肉化)된어서 좋아요. 물론 선녹음도 잘 되었구요. 여기에 음악도 들어가고 애니메이션의 확실한 연출방향이 결정되면 작품 자체가 굉장히 강해질 거란 생각이 들어요. 원작만화는 그다지 강하지 않았는데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은 적절한 연출이 들어가고 화면으로 보고 육성으로 듣게 되면서 굉장히 강한 메시지를 담은, 강한 형식을 가진 작품으로 발전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갖는 방향이 이런 게 아닐까요?

연상호: 그렇죠. <사랑은 단백질>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요. <사랑은 단백질>이 가지고 있는 주제가 상당히 복잡한 편인데 단순한 어떤 메시지가 복잡하게 얽힌 게 아니라 심층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서 욕심이 났어요. 이 심층적인 메시지가 만화에서는 펼쳐진다고 하는 형식으로 인해 병렬적인 구성을 가지고 풀어지는데 애니메이션은 이와 달리 처음에서 끝으로 내달리는 상당히 직선적인 구성 때문에 풀어내기가 쉽지 않아 안타까웠죠.

그런데 이 심층적인 주제를 엔딩에서 노골적으로 전달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걸 애니메이션에 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지금까지는 대개 하나의 컨셉, 하나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방식과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사랑은 단백질>을 하면서는 심층적인 내용을 직선적인 방식을 통해 한 번에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지금도 막판 조율에 있어서 가장 많이 쓰이는 부분은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 느낌이 만화를 봤을 때처럼 그냥 상황에 대해서 이해가 되고 넘어가 버리는 작품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점입니다. 강렬한 인상을 줬으면 좋겠고 하나의 느낌이 정확하게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될지 안 될지는 작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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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석 감독은 <사랑은 단백질> 사운드 작업 준비를 하면서 나중에 관객들이 작품을 보게 될 때 많이 웃길 바라고 있었고 사운드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 윤석: <사랑은 단백질>은 장르로 보자면 코미디잖아요. 코미디라서 관객들이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소심하게 웃는 것보다 큰 소리로 깔깔거리면서 웃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어요. 팍!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으면 좋겠어요. 감독님과 상의를 해야겠지만 중요한 부분들은 임팩트를 주고 어느 부분에서라도 관객들이 많이 웃을 수 있도록 사운드가 도움을 줬으면 좋겠어요.

연상호: 그런데 엔딩은 굉장히 무거웠으면 좋겠어요. 신나게 웃으면서 보던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암전이 되었을 때 가슴에 뭐가 팍! 올 정도로 진지한.. 그러면서 무겁고 쿨한… 가볍지 않은 음악...

오윤석: 무슨 뜻인지 알았어요. 애니메이션 전반적으로 웃기고 재미있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긴 하지만 그 상황과 내용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사운드로 관객의 감성을 조율하는 건 의외로 쉬울 수 있다. 슬픈 악기와 슬픈 멜로디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해 눈물을 흘리게 하고 재미있는 악기와 소리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일차적 감성을 건드리는 것 뿐이다.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와 작품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캐릭터들의 여러 상황과 복잡한 감정마다 관객들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건 쉽지 않다.

연출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관객들이 반응하게 하고 반응의 정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물론 영상의 연출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사운드 연출 역시 중요하다. 그것이 연상호 감독과 오윤석 사운드 감독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목표인 셈이다.


현실 공간에서 소리를 채취하다.


오윤석 감독은 <사랑은 단백질> 사운드 작업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작업 진행을 할 때 되도록 샘플CD를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운드를 직접 녹취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하는데 <사랑은 단백질>은 한국 중단편 애니메이션 중에는 접하기 힘든 사운드로 가득 채워질 것 같다.

애니메이션 사운드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한국에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부분이 바로 폴리(Foley)인데 사운드를 직접 채취하는 방법이다. 영화에서는 후시녹음을 할 때 배우들의 대사 뿐만이 아니라 현장녹음이 불가능한 모든 소리를 폴리 작업을 통해 해결하는데 대부분의 한국 애니메이션은 여태껏 폴리작업 보다는 샘플CD를 활용한 사운드 후반작업이 이루어졌었다. 이는 시간과 비용문제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으나 계획을 잘 세운다면 보다 풍성한 사운드를 얻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

오윤석: 자료를 수집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되도록이면 샘플을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제작규모나 여건을 고려하다 보면 샘플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되도록 샘플사용은 자제하려고 합니다.

샘 플을 쓰면 쓸수록 소리가 좋지 않더군요. 샘플을 사용한다는 것은 디지털 데이터를 카피해서 사용한다는 것인데 디지털 데이터는 이론적으로만 보면 데이터 손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데이터 손상이 있더라구요. 쓰면 쓸수록 탁해지는 걸 느꼈어요. 다른 작업을 진행할 때 잘 녹음된 샘플이 있었는데도 직접 녹음을 해서 들어봤거든요. 느낌이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직접 녹음한 사운드의 질이 더 좋더라구요. 그래서 샘플을 최대한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사운드 작업은 보통 일주일 전에 와서 해달라고 하기 때문에 샘플을 쓰지 않는다는 게 쉽지 않겠지만 <사랑은 단백질>의 경우엔 시간 여유가 좀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 같아요. 가능한 모든 소리를 다 직접 녹음해 볼 생각입니다.

연상호 감독은 오윤석 감독의 작업 방향이 아주 좋다며 반색을 했다. 대사 녹음, 음향 등의 사운드 모두 디지털 가공을 하지 않고 원래 소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작품의 사운드는 더욱 자연스럽고 풍성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업 초기 대사 녹음을 한 후 대사를 듣는 사람들마다 재호의 목소리가 원음이 아니라 디지털 처리를 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연상호 감독과 오윤석 감독 모두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연상호: 사운드에 디지털 처리를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처음엔 돼지 저금통 같은 캐릭터 목소리를 디지털 처리하면 어떨까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냥 다 녹음해서 갔던 게 좋았던 것 같아요. 디지털 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방향은 잘 잡힌 것 같아요.

오윤석: 제가 작업하려고 생각했던 방향성과 작품이 잘 맞아요. 그게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작업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거죠. <사랑은 단백질>이 SF도 아니고 카툰형식도 아니잖아요.

전 에 <사랑은 단백질> 테스트 필름 보면서 욕심이 좀 났던 부분이 있는데 돼지 사장이 스쿠터 타고 와서 자취방 건물 앞에 서는 시퀀스예요. 그걸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스쿠터 한 대 빌려서 영상에 딱 맞춰서 녹음을 해보려고 합니다. 생동감 있게... 그것도 요즘은 장비가 좋아져서 크기는 작지만 성능 좋은 하드디스크 방식 디지털 녹음장비가 있어서 가능한 거죠. 녹음을 해보니까 소리가 좋더라구요. 그런 방식으로 영상에 사운드를 입히면 전달되는 느낌이 다르죠.

샘 플로 작업을 하면 꺼풀이 하나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소리에 힘이 없고 전달이 잘 되지 않아요. CD 디지털 매체에 담겨있는 걸 쓰게 되면 소리가 변질되는 것 같더군요. 과학적으로 디지털 샘플링 한 사운드 데이터를 여러 번 카피하면 음질이 떨어지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귀로 느꼈거든요. 원인은 잘 모르겠네요. 과학적으로 증명을 해보고 싶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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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상을 마무리해가는 시점에서 연상호 감독이 타이밍과 연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오윤석 사운드 감독 역시 후반작업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여러 사람의 노력과 정성 그리고 재능이 결합되는 순간 작품의 질은 좋아지기 마련이고 함께 한 이들 역시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완성된 컷들을 붙여 보면서 단지 대사만 들을 수 있을 뿐 음향과 음악은 머리로, 가슴으로 상상해야 하지만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소리 없는 세상 속으로 사운드가 건네지는 그 순간 <사랑은 단백질>은 모든 관객들 앞에 나설 준비가 끝나게 될 것이다.




원문출처: 월간 CGLAND 2008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