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촉박한 시간, 그러면서 유지해야 하는 적정 퀼리티.

이런 악조건을 넘어선 불가능해 보이는 여건을 가능하게 해준 제작 파이프 라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더미 애니메이션이었다.

더미 애니메이션이랑 전체의 레이아웃과 애니메이팅을 3D로 잡은 후 그것을 바탕으로 2D 작화를 하는 방식이다.

이런 작화 방식은 삽화체(실사체)인 돼지의 왕에 적합한 제작 방식이었다.

복잡한 형태의 인물은 조금만 틀려도 캐릭터가 많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작화하기 까다롭다. 그래서 삽화체의 애니메이션은 제작비도 많이 들고 제작하기도 어렵다.

그런 부분을 3D 더미를 사용하면서 많은 문제가 해결되었다.



                                                                                                                       <3D 더미 출력물>

풀 3D를 쓰기엔 다이나믹 적 표현 (옷 구김, 바람, 연기 등등)을 하려면 렌더링과 설정이 복합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큰 틀은 3D 더미를 이용해서 잡고 디테일한 연출은 2D로 하면서 3D과 2D가 가장 하기 편한 방식만 작업한다는 개념이다.

3D 더미를 사용하면 일단 복잡한 형태의 구도와 인물을 빠르게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작화 인력은 기본적인 형태를 스케치하는 시간을 아껴 인물의 감정 표현과 2D 그림 자체가 주는 퀼리티를 높힐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작화 인력의 경력차이에서 오는 편차를 줄일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연출에 있어서는 2D 애니메이션을 할 때보다 좀 더 직관적인 연출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림을 그린 후에나 정확한 움직임 혹은 연기의 타이밍을 볼 수 있었던 2D 작화 방식에 비해 3D 더미를 이용한 방식은 3D로 잡은 애니메이션 타이밍을 통해 바로 바로 리테이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실사 영화처럼 바로 바로 보고 리테이크를 줄 수 있으며 작화의 리테이크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3D 더미를 이용한 제작 방식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적은 인원의 3D 애니메이터가 전체 애니메이션의 더미를 제작하고 애니메이팅을 하고 레이아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돼지의 왕에는 연찬흠 기술 감독이 있다.



연찬흠 기술 감독은 나와 지옥에서부터 같이 작업을 해왔고 사랑은 단백질에서도 더미애니메이션 전체를 보름 만에 만들어 낸 속도가 빠른 작업자이다.

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나의 친 동생으로써 가장 안좋은 상황에서도 마음 편히 일을 부탁할 수 있는 작업자랄까.

지금은 찬흠이 없으면 나는 아무 작업도 못할 정도로 다다쇼 작업의 핵심인물이다.









김동호 위원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제 15회 부산 국제영화제 공식 트레일러

기획: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
제작: 스튜디오 다다쇼
연출: 연상호
콘티: 연상호
미술:우제근
3D CGI:연찬흠
원화/동화: 연상호, 김민찬,하명석
음악:엄빈





 


스튜디오 다다쇼께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올해 초 <사랑은 단백질>의 종료와 함께 스튜디오를 나간 <사랑은 단백질>의 미술감독 정현욱아. 컴퓨터 얼마전에 고맙게 잘 샀다. 완전 거저 준거나 다름 없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 컴퓨터 김선배님 한테 드리려고...내가 안샀으면 김선배님이 사려고 했는데 스튜디오에 필요할꺼 같아 구입했다가 쓸일이 없는 차에 김선배님이 컴퓨터 사려고 하신다기에 그냥 드리기러 했어 ㅎㅎㅎ 어쨌든 부천 가면 맥주라도 한잔하자. 

또 <사랑은 단백질> 부터 <잘못을 바로 잡는 힘>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원화작화를 해준 장진열씨. 김선배님 통해서 소식은 간간히 전해 들어요. 진열씨 같은 최고의 원화맨과 1년 가까이 작업할수 있어 정말이지 기뻤어요. 언젠가 여건이 갖추어져서 정말 안정적인 모습이 갖추어지면 반드시 진열씨랑 또 작업하고 싶어요. 그때 응해주실꺼죠? 

<사랑은 단백질>의 또 한명의 원화맨이자 작년에 맡은바 책임을 다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 최재훈씨. 얼마전에 한예종 특강때 뵈서 너무 반가웠어요. 그토록 기대되던 재훈씨 졸업작품은 내년에는 볼수 있는 거죠? 

올 여름 <고스트 X> 감독 맡아서 해주시느라 여름 휴가도 못가고 스튜디오에서 저와 함께 수 많은 날 밤을 지새워 주신 고세윤 감독님. 고생트 X 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2008년 여름 찜질방에서 보낸 그 날들을 아마 애니메이션 하는 내내 못 잊을꺼 같아요. 

<풀하우스 프로모션 영상>에서 2주만 도와달라는 내 부탁을 논문때문에 정신 없던 그 시기에 단박에 달려와 도와준 최현주 감독. 너 때문에 우리 스튜디오 분위기가 얼마나 명랑했는지 몰라. 앞으로도 도움 받을 일이 많을꺼 같은데 또 달려와 도와줄꺼지? ㅎㅎ

스튜디오 다다쇼의 동화는 전부 맡아 해주시고 계신 가이무비의 이호 팀장님. 올 한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까다로운 리테이크 전부 맡아 고쳐주시고 시원 시원한 속도로 작업해 주시는 팀장님 덕분에 위기를 한두번 넘긴게 아니에요. 스튜디오 내부에 계시질 않으니까 제가 세세하게 못 챙겨 드린거 같아 마음 한켠이 항상 무겁습니다. 

작년부터 올 한해 지금까지 너무 든든하게 버텨주시고 계신 김승인 피디님, 너무 고생하셨어요. 요즘 재능이 없는거 같다고 고민이 많으신데 우리 스튜디오에 재능 뛰어난 사람 아무도 없어요. ㅎㅎ 앞으로도 다다쇼의 묵직한 무게감을 채워주세요 김피디님 안계시면 제가 뭘 하겠습니까...ㅎㅎ
 
처음에는 집에서 노느니 내 일이나 도와라 하는 맘으로 일이나 대충 시키려고 데려왔다가 지금은 스튜디오 다다쇼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추적인 임무를 맡고 있는 연찬흠. 너는 앞으로도 나랑 할일이 창창하다. ㅎㅎㅎ 올 겨울 너랑 나랑은 내년 할일 전부 준비해야지 ㅎㅎㅎ
 
다다쇼의 최고 고참이자 제가 인정하는 다다쇼의 유일한 프로. 김창수 선배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잘못을 바로 잡는 힘> 이랑 <풀하우스 프로모션 영상>은 김선배님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날 작업이었어요. 정말이지 김선배님이랑은 계속 같이 있고 싶었는데...일단 내년에 큰 프로젝트에서 중추적인 업무를 맡으셨으니 다른 스튜디오에서 다다쇼의 저력을 보여주세요 ㅎㅎㅎ 그리고 일년 후에는 반드시 돌아오셔야 되요! ㅎㅎㅎ 제가 김선배님 자리를 공석으로 놓고 기다리고 있을께요. 

맘에 드는 미술 감독 못구해서 쩔쩔맬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우제근 선배님. 나이도 한참 어린 감독이 이러쿵 저러쿵 해도 언제나 배우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 임해주고 계셔서 제가 많이 배우고 있어요 올 후반에 나타나셔서 이제야 제대로 일을 시작해야 할때 스튜디오가 힘들어져서 많이 안타까워요. 내년 작업 한번 잘 진행해서 제대로 한번 또 만들어 봐야죠. 

막판에 들어와서 너무 너무 일 잘해주고 있는 하명석. 올해 우리 스튜디오 최고 히트작 <오호라 공주>는 니 손에서 다 나온거야. 내년에 김선배님 안 계신 작화 파트는 니가 다 메꿔야지. ㅎㅎㅎ
또 마찬가지로 명석이 짝꿍 김혜진. 막상 스튜디오로 데리고 와서 많은 부분을 못 가르쳐 준거 같아 맘이 항상 불편하다. 올 겨울은 공부한다 생각하고 한번 제대로 같이 해보자. 그리고 스튜디오 들어오고 나서 명석이가 너무 좌빨의 길로 빠지는 거 같아 근심이 많지? ㅎㅎㅎ 좌빨이면 어떠니 감옥만 안가면 좌빨 만큼 멋있는 남친 없다. ㅎㅎㅎ 

2008년 성실하게 보낸 한해였어요. 내년에도 시원하게 뭔가 변화되진 않겠지만 내년에는 제가 두배로 성실해질께요. 두배로 야만적으로 뚫고 나가고 두배로 생각할께요.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Keep Going. 뭐라도 되겠죠 ㅎㅎㅎ

-연상호 



6월민주항쟁 애니메이션 <잘못을 바로 잡는 힘>

 



제작: 스튜디오 다다쇼 / (사) 6월민주항쟁기념사업회
감독:김창수
프로듀서: 연상호
각본:김승인/연상호
원/동화:김창수,장진열
디지털칼라:연찬흠
배경:연찬흠/연상호
편집:김승인
사운드 디렉터 /음악:오윤석 (복화술)
사운드 어시스턴트: 오길원 (복화술)
출연: 전숙경/홍진욱

(사) 6월민주항쟁기념사업회 홈페이지에 가시면 작품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으실수 있습니다.

원본의 화질과 깨끗한 고용량으로 작품을 접하시고 싶으신 분은 (사) 6월민주항쟁기념사업회 에서 무료로 CD를 배포할 예정이오니 (사) 6월민주항쟁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을 이용하여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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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민주 항쟁 애니메이션 <잘못을 바로 잡는 힘>

제작: 스튜디오 다다쇼 / (사) 6월민주항쟁기념사업회
프로듀서: 연상호
감독:김창수
각본:김승인/연상호
원/동화:김창수,장진열
디지털칼라:연찬흠
배경:연찬흠/연상호
편집:김승인

어린이에게 6월민주항쟁의 의미와 의의를 교육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어린이 교육용 애니메이션 <잘못을 바로 잡는 힘>.

조만간 완성 예정.  

 

온라인 피구 게임 <마구패라그> 프로모션 영상
_스튜디오 브라질과 공동작업
_스튜디오 다다쇼는 2D 애니메이션 부분만 작업.

STAFF
기획 : KTH(파란)/김형수(
studiobrazil)
감독 : 이동욱(
studiobrazil)
2D 애니메이션 연출 : 연상호(
studiodadashow)
원화 : 이동욱(
studiobrazil)
2D애니메이션원동화 : 김창수,장진열,최재훈(
studiodadashow)
2D애니메이션채색 : 연찬흠(
studiodadashow)
2D애니메이션편집 : 김승인(
studiodadashow)
3D애니메이션 : 흐르는돌
모션그래픽/이펙트 : 나수현(
studiobrazil)
색보정 : 나수현(
studiobrazil)
편집 : 나수현(
studiobrazil)
BGM/사운드 : Vacuummgum(
studiobrazil)

LINK
스튜디오 브라질 홈페이지
마그패라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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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완성, 후기

글: 김승인 (스튜디오 다다쇼 프로듀서)


상황1  "우리... 족발 안 시켰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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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안경 쓰고 머리 둥그런 재호가 돼지사장에게 던지는 대사다. 우린 족발도 시키지 않았지만 족발의 유혹이 있을 법한 야근도 하지 않았다. 총 인원 7명, 170여 컷, 원화 4,000여장, 동화 10,000여장, 11개월-2,000여 시간, 세계 노동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을 준수했고 잔업과 야근은 없었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모두 쉬고 여름 휴가도 다녀왔고 추석과 2008년 설도 잘 쇠었다. 우리는 그저 아침 10시에 나와 저녁 7시 까지 각자 맡은 바 일을 꾸준히 해왔을 뿐이다.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과 선녹음 등의 새로운 제작시스템을 만들고 구축하며 시작한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 제작이 2007년 4월부터 봄과 여름, 가을을 보내고 겨울의 한 복판에서 다시 봄을 기다리며 완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상황2  "애들아, 우리... 통닭 시켜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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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 연상호 감독은 현재 다다쇼(Studio  DADAShow) 스태프들에게 <사랑은 단백질>을 내밀며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들은 함께 모여 후라이드 & 양념 통닭을 시킬 때와 같은 설레는 마음을 놓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작품을 완성시켜왔다.

연상호 감독: 오래 전부터 최규석의 원작만화 <사랑은 단백질>을 애니메이션화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죠. 게다가 어떤 식으로 만들겠다는 방향성과 목표도 분명히 정해져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완성되는 시점에 이르고 보니 처음에 의도했던 바대로 만들어졌는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네요.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생기구요. 연출의도가 흐려지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스태프들이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해주었기 때문에 적어도 관객들과 만나기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작품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작품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인데 만약 <사랑은 단백질>을 재미있어 하는 관객이 있다면 그건 우리 스태프들이 노력해 준 성과가 나타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약 작품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관객이 있다면 그건 모두 감독의 연출력이 무르익지 못한 책임 때문입니다.

스태프를 끔찍이도 아끼는 연상호 감독은 "네 덕, 내 탓"의 가치를 공고히 했다. 자신은 작업의 끝자락까지 몰아 학대하면서도 스태프들의 개인적인 사정과 상황은 모두 다 수용하는 이상한(?) 사람 연상호 감독은 척박한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환경에서 주말과 공휴일은 쉬면서도 철저하게 노동시간을 준수하는 (말도 안 되는) 제작환경을 마련했다.

그러나 야근은 단 하루도 허용되지 않았던 다다쇼의 작업환경 속에서 제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놀랍게도 일정보다 훨씬 앞서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는 연 감독을 비롯해 그와 의기투합한 스태프 각자의 자기역할 수행능력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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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흠 기술감독: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 이라는 것을 처음 시도했던 작업초기에는 결과물이 어떨지 예측이 되지 않아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해 나가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보니 대체적인 작업라인이 보이게 되더군요.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안도를 했습니다.

제가 <사랑은 단백질>에서 담당한 부분은 작품에 필요한 모든 3D작업이었는데요. <사랑은 단백질>의 완성 결과물은 비록 2D 애니메이션이기는 하나 3D 더미를 기본 골격으로 해서 작화를 하는 방식이었기에 혼자서 작업하기엔 3D 작업량이 생각보다 많았죠. 게다가 더미 애니메이션이 빨리 완성이 되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작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업 속도 또한 빨라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3D 작업을 할 때 작품에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나눠보았죠. 예를 들면 모델링에서는 가능한 한 로우 폴리곤으로 표현하면서도 3D 모델을 바탕으로 작화를 할 때 캐릭터의 특징이 잘 살아나도록 하는 것처럼요. 불필요한 디테일을 최대한 제거하고 작업을 한 것이죠.

배경 작업이나 키 애니메이션을 진행할 때 각 씬을 처리하기 위한 시간의 안배가 관건이었는데 중요한 씬 작업을 할 때는 당연히 작업시간을 많이 가졌지만 비교적 덜 중요한 부분은 작업과정을 과감히 생략해가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씨름했습니다. 그 결과 3D 더미 애니메이션 작업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일찍 마무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미 애니메이션이 첫 실험이었던 탓에 완성화면을 보았을 때는 몇몇 장면이 아쉽게 느껴지더군요. 왠지 모르게 3D 애니메이션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어떻게 보고 받아들일지 모르겠네요. 다음 작업을 할 때는 2D 애니메이션 느낌을 좀 더 살려낼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키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번 작업이 아주 디테일하거나 사실적인,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감각적인 작업을 요하는 부분이 많아서 쉬운 작업이 아니었던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좋은 경험이었고 다음 작품의 완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황3  "웃기라고 한 말 아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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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은 관객과의 소통이 이루어질 때 생명력이 강해진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감독과 스태프 간의 소통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럴 때야 비로소 애니메이션을 향해 말문을 틀 수 있고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알게 되는 것이다. 만약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면 작품이 완성되고 나서도 관객들과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정현욱 미술감독: 에니메이션에 간접적으로 참여해서 소소한 부분을 맡아 작업 했던 경우는 몇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두 손 두 발 다 담그고 작업에 참여한 경우는 없었어요. 틈틈이 제대로 작업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차에 평소 알고 지내던 연상호 감독이 <사랑은 단백질>을 준비하며 함께 작업을 해보자는 제의를 해왔습니다.

제가 애니메이션 작업을 주로 해오지 않았던 터라 미술감독 제의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최규석 작가와도 친분이 있었고 <사랑은 단백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실제 인물과 공간 역시 나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작업에 이모저모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작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튼 작업이 시작되고 난 후 연 감독과 작업에 대해 본격적인 상의를 하기 시작했음에도 애니메이션 경험이 부족했던 저는 작업 기간 동안 배경미술을 어느 정도 퀄리티로 만들어 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헤매야 했고 때론 적절한 선에서 완성도의 기준을 설정해야 했습니다.

정해진 일정과 정해진 작업량 그리고 여러 다른 의견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완성에 대한 기준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작업에 착수하고 수 개월이 지난 지금 일을 마무리 하며 돌이켜 보면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 이상으로 작품이 잘 나와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품 제작을 하다 보면 개인 작업이건 팀 작업이건 간에 아쉬움이 남길 마련인데요. 그런 아쉬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본질적인 실력향상인 것 같아요.

<사랑은 단백질>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완성도에 대한 기준 역시 감독의 머리 속에 확실히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를 실재화하는 과정에서는 제작 로드맵에 없는 여러 부분, 지형지물 등이 생기기 마련이라서 서로 간 의견조율을 통해 새롭게 추가하고 생략해가며 전체적 일관성, 어울림을 조율해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어요. '작품활동'과 '노동(작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음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호 Egrim 2D 매니저: 처음 <사랑은 단백질>의 제작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는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삽화체 애니메이션이 그다지 많지 않은 한국 애니메이션 현실에서 <사랑은 단백질>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이 있었으나 실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초반 캐릭터가 작업자들의 눈과 손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 그 이후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작품 캐릭터에 그림자가 많아서 고생이 되긴 했습니다만 색다른 경험이었고 캐릭터 특징이 잘 살아있어 작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또 디지털 공정에서는 보통 캐릭터의 외곽라인의 칼라만 바꾸는 작업이 대부분인데 <사랑은 단백질>의 경우 외곽라인에 블랙이 아닌 다른 칼라로 블러효과를 적용해 형태를 완성하는 독특한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 OEM방식을 주로 하게 되면 작업방식이 정형화되기 마련인데 <사랑은 단백질>을 접하면서 정형화된 작업방식을 탈피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수시로 감독님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최소로 줄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상황4  "호홍~ 그거 닭 뼈 빻다가 물집 잡힌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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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업 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되도록 원화를 많이 그리는 것이었다. 원화를 그려내는 손에 물집이 잡히진 않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작업량을 마치려면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되도록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아야 했다. 물론 각 스태프들이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면 엉덩이에 물집 잡히도록 앉아있었을지라도 제 시간에 마치진 못했을 것이다.

장진열 원화: <사랑은 단백질>은 제게 애니메이션이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보여 준 작품이었습니다. <사랑은 단백질>의 작업방식은 기존의 애니메이션 제작방식과 현재의 기술이 어우러져 가장 합리적이고 빠르며 효과적인 진행과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작환경 역시 놀랍도록 잘 짜여지고 구축되어 정말이지 애니메이터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작업에 참여해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창수 작화감독: <사랑은 단백질>을 끝내면서 작업했던 7개월여를 돌이켜보니 참 즐겁게 작업을 했었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중간에 지칠 때도 간혹 있었지만 그럴 때에도 다다쇼 팀의 유쾌한 에너지로 다시 힘을 얻고는 했던 게 생각납니다. 처음 작업 시작할 때의 열정을 작업하는 내내 유지할 수 있게 서로 힘이 되어준 연상호 감독님과 스태프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작품을 관객들 앞에 공개하는 일만 남았는데 보다 많은 관객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의미 있는 방점을 찍게 되는 건 다음 작품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기에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기대가 더 많아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여러 애니메이션 작품을 함께 보며 분석하고 연구했다. 대가(大家)라 불리는 감독은 왜 대가인지 다시 이해하게 되었고 도저히 우리 능력으로는 쫓아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듯한 연출, 레이아웃, 원동화, 칼라, 효과 등을 재발견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들이 새롭게 만들어 냈거나 처음 시도했던 제작방식이 1년의 세월을 지내오며 효과를 보기 시작했고 자신감도 생겼다. 또 절대로 넘지 못할 것만 같은 성취를 이룬 대단한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많은 기술적, 감각적 표현들 역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 <사랑은 단백질> 속 몇 몇 장면들은 연구와 분석, 재창조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때로는 몇 번의 손가락 놀림으로 해결될 일을 좀 더 어렵고 힘든 방법으로 밖에 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은 단백질>과 함께 한 1년의 시간은 모든 스태프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상황5  "아저씨, 이제 닭돌이 그만 보내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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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띠를 하고 있는 꽃미남 홍찬이 닭사장에게 건네는 대사다. 이제 다다쇼 스태프들은 <사랑은 단백질>을 세상으로 내보내야 한다.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 조금 더 다듬고 싶더라도 세상에 선을 보여야 한다. 부족한 부분들은 관객들에게 받게 될 냉정한 평가들로 채워질 것이다.

우리는 <사랑은 단백질>과 첫 대면을 하게 될 관객들부터 앞으로 이 작품을 기억하게 될 관객들 모두 많은 비평을 해주시길 원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과 부흥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회생은 시나리오와 연출에 대한 능력배양,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 도입, 풍부한 자본의 투자 등만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낡은 관습을 벗고 작품 본질에 대한 진솔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또한 작품들마다 무수히 많은 평가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긍정과 부정을 아우르는 냉정하고 날 선 비평이야 말로 <사랑은 단백질> 작품과 애니메이션을 하고 있는 우리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다.


상황6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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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미라 동굴벽화부터 시작된 애니메이션의 역사 속에서 <사랑은 단백질>의 의미는 그저 한 점을 찍는 정도 밖에는 되지 않겠지만 그 점은 또 다른 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 점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해 긴 선으로 확장되며 가시화될 것이다. 170여 개의 컷에 담긴 건 비단 <사랑은 단백질>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고민과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까지 촘촘하게 담겨있다. 곧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게 될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작품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반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지금 이 순간,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다다쇼 스태프들은 더 크고 깊은 호흡을 위해, 다시 또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의 열정은 좀처럼 지칠 줄을 모른다.

그동안 7회에 걸친 "연상호 감독 신작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의 프로덕션 제작 스토리"를 지켜봐 주신 독자들께 스태프들을 대신해 고마움을 전하며 <사랑은 단백질>이 완성되기 전에 먼저 독자와 관객들에게 선을 보일 수 있도록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준 CGLAND 그리고 종종 늦는 원고 때문에 퇴근도 못하고 기다리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최시내 기자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후반작업이 한창인 <사랑은 단백질>이 곧 여러분들과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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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원문출처: 월간 CGLAND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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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CGLAND에 실리기로 했던 표제 이미지

2화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의 새로운 발견

글: 김승인 (Studio DADAShow 프로듀서)


<지옥>을 제작했던 경험 때문에 이번 작품 역시 로토스코핑 방식으로 제작하려고 했던 연상호 감독은 작지만 복잡한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사실 늘 하던 방식이라 쉽게 생각했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하지만 로토스코핑이 보기엔 쉬워도 직접 진해하다 보면 많은 문제에 부딪히게 되거든요. 촬영 장소라던가, 화면 앵글이라던가 등등... 참 고민이 많이 되더라구요.

연감독은 <사랑은 단백질> 의 본작업(프로덕션)에 들어가기 앞서 이미 짜놓은 스토리보드를 다시 면밀히 검토했다. 좀 더 선명한 화질을 담아내기 위해 VX2000 디지털 캠코더도 빌려놓은 상태였다.

<지옥>의 로토스코핑 촬영은 단 하루 만에 끝냈었기 때문에 <사랑은 단백질>이라면 등장인물이 더 많아졌다고 하더라도 길게 잡아 이틀에서 사흘 정도면 모두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연감독은 호언 장담했다.

지금도 <지옥>을 보면 저걸 어떻게 완성했을까 스스로가 대견하게 생각되곤 해요. 많이 부족한 부분을 안고 시작했고 마무리했던 작품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랑은 단백질>은 <지옥>의 경험치로 본다면 초반 작업 세팅하는 부분은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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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토스코핑을 위한 촬영을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스토리보드와 대사, 각 씬의 분위기를 검토했고 정리했다. 그리고 배우들의 대사 녹음 파일을 씬 별로 구분하여 다시 정리했고 연기의 방향성을 설정했다. 촬영을 하기로 한 4월 30일. 나는 카메라를 챙겨 들고 연감독 집으로 향했다. 연감독의 집은 수 많은 DVD와 화보집, 자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평소 애니메이션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애니메이션 쟁이 감독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 물건들이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촬영을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잠시 집 안을 정리해야 했다. 사실 촬영을 하기 위한 환경이나 시스템은 열악했지만 이곳에서 <지옥> 시리즈가 탄생했음을 생각한다면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건 쾌적한 환경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무엇보다 "현명한 열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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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한 쪽에 놓여있던 컴퓨터에 배우들의 대사 웨이브(wave)파일을 카피해 놓고 한 씬 한 씬 재생해가며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열심히 연기를 하며 촬영에 임했다. 내가 카메라를 잡고 연감독이 모든 캐릭터를 연기했다. 원래 사람 동작의 작은 습관이나 패턴은 고유한 게 있어 한 사람이 모든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연감독이야 말로 <사랑은 단백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의 성격, 습관, 말투 등에 이미 정통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저도 사실 수줍음도 많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상하게 배우들 대사 녹음할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캐릭터를 대신해 연기를 하고 있노라면 그런 제 성격은 어디론가 사라지곤 하네요. 하핫. 이번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호였습니다. 재호는 규정하기 어려운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많은 캐릭터들 중에서 재호가 비교적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부분도 있고 키(key)를 쥐고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거든요. 돼지 사장이나 닭 사장 캐릭터는 배우들이 녹음할 때 감정선을 잘 잡아줬기 때문에 비교적 쉬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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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로 작업하는 연감독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때도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농 짙은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지옥>과는 사뭇 다른 쉽지 않은 캐릭터들의 표현 때문에 전체 내용의 1/3도 마치지 못하고 연감독은 잠시 '촬영중단'을 외쳤다. 결국 당일 촬영분 소스를 편집하고 원동화 테스트를 해 본 후 재촬영을 하기로 했다.

5월 1일  KOCCA(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현재 작업 중인 스튜디오)에서 촬영 소스를 IEEE1394와 Vegas 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로 옮기고 다시 After Effect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퀀스 파일로 출력을 했다. 촬영 이미지 파일을 프린트 출력한 후 트레이싱을 하던 연감독은 고민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이 방법으로는 못할 것 같습니다. 어려운 부분이 참 많군요." 로토스코핑 방식은 익숙하긴 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다. 가령 캐릭터들이 책상에 앉아 있을 경우엔 책상의 높이, 각도가 맞아야 동화 트레이싱을 한 후 배경과 합성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소품과 캐릭터들의 화면 앵글에 맞춰 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실제 소품을 준비해야 하고 캐릭터들이 자유롭게 움직여야 하는 공간이 필요했다. <지옥>의 경우엔 그런 소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동작을 추출할 수 있었지만 <사랑은 단백질>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던 대로 진행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익숙했던 제작방식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가장 복잡한 문제들을 안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새벽에 잠도 오지 않더군요. 그러던 중에 '그래! 이거다!'라고 할 만한 아이디어가 머리에 반짝 스쳐가더군요.

5월 8일 약간 상기된 얼굴로 연감독은 내게 말했다. "피디님, 이번 작품 제작방식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싶네요. 제작방식의 이름도 정해놨습니다.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 연감독과 나, 그리고 연찬흠 기술감독은 한자리에 앉아 새로운 제작방식에 대해 의논했다.

당시 우리는 메인 프로덕션에 돌입하기 전에 기술감독에게 3D로 배경을 만드는 일과 캐릭터 중 닭 사장 정도를 3D 더미로 만들 것을 주문했었다. <사랑은 단백질> 이야기의 80% 정도는 재호의 자취방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배경의 80%가 방 안 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 구조를 3D로 설정해 두면 손쉽게 카메라의 위치를 바꿀 수 있으니 레이아웃을 설정할 때 편리한 점이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사람 캐릭터는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애니메이션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닭 사장의 경우 하체 등 사람이 연기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3D 더미를 만들어 놓기로 했었다. 연감독은 이 점에 착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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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닭 사장 외 다른 캐릭터들도 모두 3D 더미를 만들려고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원화를 할 때 캐릭터의 턴어라운드 데이터가 있으면 작업이 편리하거든요. 그런데 3D 더미를 바로 애니메이팅을 해서 그 데이터로 원화로 그린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촬영할 때도 화면 앵글에 구애 받지 않고 아이-샷만으로 촬영한 후에 기술감독이 그 촬영소스를 보며 3D로 동작의 키(key)를 잡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죠. 그럼, 촬영이 쉬워지지 않겠어요?

더미 애니메이션에 대한 자초지종을 들은 나는 무조건 찬성할 수 만은 없었다. 왜냐하면 더미 애니메이션을 할 경우 기술감독에게 가중될 업무량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모델링은 시간 내에 해낸다고 해도 애니메이팅까지 한다는 건 무리일 듯 싶었다. 연감독도 그 부분에 대해 공감을 하긴 했지만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일단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물론 기술감독의 작업속도가 빠르기도 했고 게다가 이미 촬영된 소스가 있었기 때문에 더미로 애니메이션을 하는 건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혼자서 무려 170 컷에 달하는 분량의 더미 애니메이션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완성해냈다. 촬영소스에 선녹음한 대사를 붙인 후 편집해서 기술감독에게 넘겨주는 건 내 몫이었는데 나중에는 기술감독 작업 속도가 워낙 빨라 내 마음이 급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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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이건 단편이건 기존 애니메이션 중에 이미 3D 더미를 활용한 경우가 있었어요. 하지만 원화를 그려내기 위해 작품 전 과정을 3D 더미로 애니메이션을 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사랑은 단백질>이 처음이 되겠네요.

더미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① 보다 자연스럽고 정교한 캐릭터 움직임 표현 가능
애니메이션 원동화 작업시간 절감
③ 캐릭터 움직임에 대한 최종 아웃풋 프리뷰 용이
④ 형태 변형, 타이밍 불일치, 입 셀 불일치 등의 문제점 최소화
⑤ 실촬영 소스가 3D 더미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 삭제 및 부족한 부분 첨가 가능
⑥ 2D와 3D의 장점만을 활용
등이 그것이다.

특히 ⑤번의 경우 로토스코핑 기법과 비교했을 때 아주 편리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로토스코핑은 촬영 후 앵글의 변화나 동작의 수정 등이 쉽지 않고 수정을 하려면 불가피하게 재촬영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더미 애니메이션의 경우 3D 캐릭터의 즉각적인 수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⑥번의 경우 부연설명을 하자면 동작 관련한 부분은 3D로 표현하기가 2D보다는 편리하기 때문에 더미 애니메이션이 적합하고 표정 관련 부분은 3D보다 2D로 직접 해결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화 담당자들은 동작이나 형태에 대해 고민을 하기보다 사실적인 표정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 보다 풍성한 연기 표현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장점 외에 촬영 후 3D 더미 제작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단점으로 거론될 수 있지만 실제로 작업을 진행해 본 결과 그 단점은 다른 많은 장점으로 인해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더미 애니메이션은 마치 영화 촬영 현장에서 감독이 배우에게 Action과 Cut 사인을 보내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컨트롤하거나 OK 컷과 NG 컷을 바로 판단하는 과정도 닮아있다. 실촬영 소스를 더미 애니메이션으 로 재현하고 나면 연감독은 바로 체크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리테이크 지시를 내려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액션 연출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감독이 감독의 연출의도를 잘 파악하는 똑똑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를 만나는 게 중요하듯이 더미 애니메이션 역시 3D를 효율적으로 다루면서 감독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는 스태프가 무척 중요하다. 다행히 연찬흠 기술감독은 그런 부분에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줬고 작업방식이나 기술적 문제에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조언과 의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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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흠 기술감독

애니메이션은 시간과의 전쟁이다. 더미 애니메이션 기법은 시간에 쫓기는 감독과 애니메이터들에게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해줄 것이다. 하긴 그런 여유는 반납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유가 생기면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욕망하는 유전자가 그들 몸 안에서 슬며시 고개를 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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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월간 CGLAND 2007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