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를 어떤 형식으로 써야 할지 제작기를 세 번째 쓰고 있으면서도 고민이다.
그러다 생각해내 묘책이 장편애니메이션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 따라 스텝들에 대한 소개를 해 보자 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첫 번째로 소개할 스텝은 김창수 선배이다.
김창수 선배는 <사랑은 단백질>의 원화 감독으로 처음 나와 만났다.
김선배는 그 전에도 <천년 여우 여우비><무림일검의 사생활> 최근에는 <마법 천자문>까지 폭 넓게 한국의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원화들을 그려오고 있는 베테랑이다.
사실 <사랑은 단백질>을 작업하기 시작한 초반에 스튜디오 다다쇼를 근사한 애니메이션 회사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그리 크지 않았다. 어차피 작품이 끝나면 해체할 스텝들이란 생각이 더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바꿔준 사람들이 김선배이다.
김선배는 묵묵한 끈기로 애니메이터가 얼마나 귀중한 존재임을 스스로 증명하며 작업하는 작업자이다.
당시 <사랑은 단백질>을 끝내고 <돼지의 왕>의 프리 프로덕션을 빨리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김창수 선배 덕이다.
<돼지의 왕>의 캐릭터 이미지를 처음 만들어 낸 것은 최규석이지만 그 그림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에 맞는 다듬어진 그림으로 만들어 낸 것이 김창수 선배이다. 또 중요하지 않은 조연 캐릭터를 개성 있게 설정한 사람 역시 김선배이다.
<사랑은 단백질>이 끝날 무렵엔 나는 스튜디오 다다쇼를 근사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모두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단 꿈이 생긴거다.
그리고 그런 내 생각에 김선배는 동의해 주었고 보통 자신이 받아야 할 급여 보다 휠씬 낮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1년 넘게 스튜디오에 끝까지 남아주었었다.
그러다 <돼지의 왕>의 투자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고 외주일 역시 끊어져 스텝의 급여를 줄 돈이 떨어진 어느 날 스텝을 해체하기에 이르렀던 때 나는 남은 스텝에게 회사의 사정이 이번 달 급여를 주고 나면 남는 돈이 하나도 없게 되었단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 남은 한달은 지금 맡은 컷트만 빨리 끝내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했다.
아쉽지만 작별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김선배는 그 이야기를 듣고 묵묵히 하던 컷트 작업을 할 뿐이었다.
얼른 끝내고 다른 일할 데를 알아보라고 했는데 김선배는 남은 그 컷트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다. 분명 끝내도 벌써 끝냈을 기간이었는데도 그 한 달을 꼭 채워 그 컷트를 그렸다.
김선배는 <돼지의 왕>이 무산된 것에 대한 시위였는지 분풀이였는지 마지막으로 받은 그 컷트의 퀼리티를 다른 컷트와는 전혀 다른 하이 퀼리티로 완성해 버렸다.
농담삼아 우리가 그 컷트만 이노센스(오시이마모르의 최근작 공각기동대2) 퀼리티라고 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지금 다시 <돼지의 왕>을 만들고 있다.
아쉽지만 김선배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돼지의 왕>에 참여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김선배와 또 그 당시 돼지의 왕을 만들던 스텝들이 <돼지의 왕>에 품었던 꿈이 내가 품고 있는 꿈보다 작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이 <돼지의 왕>의 한 프레임 한 프레임을 완성해 가고 있다.
덧붙이자면 지금 김창수 선배는 장형윤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우리별 1호와 얼룩소>의 작화 감독으로 프리 프로덕션부터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