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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두개의 삶 _ The Hell

감독_연상호 /제공_ 씨지랜드, (주) 노브 커뮤니케이션
애니메이션 제작_스튜디오 다다쇼 / 제작_씨지랜드, (주) 노브 커뮤니케이션

DVD 구성

본편_ <지옥, 두개의 삶> 35분
SUBTITLE_ Korean/English

Special Features
_단편 애니메이션 <지옥>_무삭제 버전 11분
_<지옥,두개의 삶> 메이킹 필름 32분
_<지옥,두개의 삶> 오디오 코멘터리_연상호 감독,김양곤 피디_35분


_ 주어진 운명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그보다 더 나쁜 길이라도 스스로 선택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작
/김준양(애니메이션 컬럼리스트,<애니메이션 이미지의 연금술사
> 저자

_현실은 모습을 바꾼 지옥이며, 살점이 뜯기는 고통은 지옥을 각성하는 무자비한 친절이었다.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깊고 질긴 악몽을 눈앞에 펼쳐보이며 우리에게 충분히 아프라고 말을 건다.
/강도하(만화가 <위대한 캣츠비>)

_재능과 열정, 그리고 걱정스러울 정도의 성실함. 삽질 중인 한국애니메이션에 대한 분노와 반항. 대중을 버리고 상패 뒤로 숨어버린 이들에게 던지는 시원한 일갈.
/최규석(만화가 <습지생태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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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18세 미만 구입불가)
심의번호: 2006-V1404
등록번호: 강남 제 203호
제조년월: 2006년 10월

본 DVD는 대한민국 내 판매용으로 제작되었습니다.


2006년에 출시 된 <지옥,두개의 삶> DVD에 대한 정보였습니다.

DVD의 구입을 원하시는 분은 씨지랜드 홈페이지<지옥>공식 홈페이지에서 DVD를 구입하실수 있습니다.

LINK
<씨지랜드> 홈페이지
<지옥,두개의 삶> 홈페이지
<지옥,두개의 삶> DVD 구매페이지

@!! 씨지랜드의 발매 종료 및 절판 후의 구매 방법

출시 된지 좀 된 DVD 여서 절판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위의 구매 페이지에서는 더 이상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DVD 제작사인 씨지랜드에서도 DVD의 추가 제작 계획이 없는 상태입니다.
아마도 재고는 제가 가지고 있는 양이 전부 인 듯 싶습니다. 그래서 혹시 라도 <지옥, 두 개의 삶>의 DVD의 구매를 원하시는 분은 제 이메일( ani035@naver.com ) 으로 구매 의사를 알려주십시요. 그러면 제가 메일로 제 계좌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입금 확인 후 DVD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업데이트 된 소식.
DVD 구입을 원하시는 분은 홍대 상상마당의 지하 4층 상상 시네마에 가시면 지옥 DVD를 구입하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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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컷과 컷 사이, 보이지 않는 예술 - 편집


글: 김승인 (스튜디오 다다쇼 프로듀서)


I. 영상을 완성하는 힘, 편집

맛깔스러운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 아름다운 배경, 화려한 그래픽, 현란한 특수효과… 이 모든 게 애니메이션(영화)을 볼 만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임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보다 영상을 더 볼 만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다름아닌 편집이다. 

애니메이션에서의 편집은 영화와 달라서 최종 결과물을 가지고 편집할 수 있는 여지가 그다지 충분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편집은 대개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많은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스토리보드가 충실하지 못할 경우엔 애니메이션 제작기간 및 예산 집행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여러모로 스토리보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된다.

하지만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편집의 많은 부분을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크고 작은 문제들은 컷들이 완성되고 계획된 순서대로 배열하면서도 발생하기 마련이라서 이 때 다시 편집의 묘(妙)를 발휘해 완성본을 만들어야 한다.

<사랑은 단백질>의 경우 최규석 작가의 원작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은 원작만화를 참고해 설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화는 지면 위에서 펼쳐지는 예술인 만큼 지면 위의 레이아웃, 대사, 의성어, 칸의 활용을 기본전제로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영상물이기 때문에 만화의 모든 레이아웃을 고정된 화면 안에 새롭게 세팅하고 각 장면이 가져야 하는 시간(타이밍)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랑은 단백질>은 원작만화를 스토리보드로 옮기는 작업이 무척 중요했다.

연상호 감독은 스토리보드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은 단백질> 원작만화의 칸과 칸 사이는 애니메이션에서 컷과 컷으로 나뉘어졌고 말 풍선 안에 채워져 있던 문자들은 배우들의 녹음을 통해 대사로 재탄생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만화의 칸과 칸 사이를 지나고 있는 하얀 여백은 애니메이션의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 컷과 컷 사이를 흐르고 있는 시간(타이밍)으로 탈바꿈하였다.

연상호 감독은 만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정서를 파악한 후 각 캐릭터들의 동선을 재배치하고 대사를 재정비해 각 컷 마다 적절한 시간을 설정해 원작만화와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애니메이션 버전의 <사랑은 단백질>을 만들어 냈다.

연상호: 만화의 호흡과 정서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했어요. 만화는 페이지를 넘기며 흐름을 쫓아가다가도 어느 순간 멈춰서 캐릭터, 대사를 한 컷 한 컷 천천히 자신의 호흡에 맞춰 읽어내잖아요? 애니메이션에서는 한 순간을 놓치면 바로 다음 컷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관객의 자유의지는 사라지는 것이죠.

그래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말하는 대사, 표정, 정서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그 호흡을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특별한 기교가 있다기보다 작품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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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보드는 다시 애니메틱스(스토리보드 릴)로 만들어졌는데 애니메틱스를 수 차례에 걸쳐 보고 또 보면서 느낌이 부족한 부분은 Premiere나 After Effect에서 컷을 자르고 붙이고 시간을 늘이고 줄이면서 적절한 타이밍, 그리고 컷들의 유기적 연결과 움직임을 찾는데 노력했다. 이 때 기계적인 계산에 의해서 편집이 이루어지는 부분도 많지만 확실한 판단과 좋은 타이밍은 연출자의 감각에 상당부분을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연 감독은 이런 방면으로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좋은 애니메이션을 수십 번 씩 보는 습관이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긴 하겠지만 연 감독의 이런 습관은 세밀한 감각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토리보드(혹은 애니메틱스)를 잘 만들어놨다고 할지라도 애니메이션 제작이 마무리 될 즈음엔 다른 부분이 꽤 많은 결과물을 손에 쥐게 마련이다. 그 중 하나는 타이밍에 대한 차이인데 이는 스토리보드에 원화, 동화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타이밍 감각에 대한 오차 문제가 대부분이다. 스토리보드 역시 만화와 마찬가지로 지면을 활용하여 분할된 프레임 안에 컷을 채워가는 방식이라서 각 컷의 길이(시간)를 연출자의 감각만으로 결과물과 똑같이 정확하게 정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경험이 풍부한 연출자의 경우 초, 프레임 단위까지 표시를 해두지만 대부분의 경우 초 단위, 혹은 10단위 프레임 정도로 정하게 된다. 이를 근거해 애니메틱스로 만들어 실제 시간의 길이를 가늠하게 되는고 이 때 정하게 되는 시간은 (정확하진 않지만) 대부분 결과물과 일치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원화, 동화가 없는 상태에서는 컷의 흐름이 느리게 느껴지거나 빠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을 더 명확히 결정하고 넘어가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이 보다 많이 들어간 애니메틱스가 필요했다.

연상호: 메인 프로덕션을 진행하기 전에 컷 별 동영상을 만들어 전체를 이어 붙여 확인해봐야 했어요. 더미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활용한다면 보통 스틸 이미지로 만들어진 애니메틱스보다 더 확실한 타이밍과 연출의 흐름을 잡아낼 수 있으니까요. 정해진 시간, 정해진 예산을 계획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관문인 셈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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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화, 동화를 위한 준비로써 더미 애니메이션-컷 별 동영상을 만들기도 해야 했지만 감독의 작품에 대한 연출과 호흡을 정밀히 다듬기 위해 전체 분량에 해당하는 컷 별 동영상을 묶는 작업에 속도를 올려야 했다.

<사랑은 단백질> 초기 편집은 과장하자면 마치 영화 촬영 현장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방식과도 같았다. 이미 스토리보드로 연출의 감을 잡은 연 감독은 더미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캐릭터들의 동선과 위치를 보며 "컷!"과 "오케이!"를 외쳤고 그렇게 결정된 컷들은 다시 대사 사운드를 얹혀 스토리보드에 표시된 각 컷의 길이대로 편집을 했다. 그런 후 연 감독은 다시 컷과 컷의 이음새는 물론 컷 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과 프레임의 간극, 호흡들을 검토하며 결정을 하게 된다. 이렇게 결정된 컷들은 각 스태프들의 손에 의해 원화, 동화, 배경, 칼라까지 완성된 후에도 최종 마스터링을 위해 다시 한 번 연 감독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초기에 편집방향이 결정되지 않으면 프로덕션 진행이 어려워지고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최종 편집을 할 때도 기준을 잡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그런 면에서 영화와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애니메이션 작품은 "스토리보드가 잘 나오면 작품의 50% 이상은 끝난 셈"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컷들이 속속 완성되고 있는 요즘, 연 감독은 매일매일 스토리보드, 애니메틱스, 완성된 컷들을 살펴보면서 작품의 정서, 흐름을 세밀하게 다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II. 프레임 안, 채워지는 시간

이 외에 각 컷들을 완성해가는 아주 작은 범주로서의 기술적인 편집도 있을 수 있겠는데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 17번 컷과 같은 경우가 그렇다. 17번 컷은 돼지 사장이 스쿠터를 타고 배달을 나가는 설정으로 원작만화에는 없는 컷인데 앞, 뒤 컷의 맥락과 주인공들의 감정선의 완급조절을 위해 연 감독이 창작해서 삽입한 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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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없는 컷을 만들어 삽입하는 것이 어려운 건 아니죠. 중요한 것은 새롭게 만들어 삽입하는 컷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원작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관객들의 감정 흐름에 도움을 주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늘 관객들의 감정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미지를 보다 정교하게 만드는 건 그 다음 일이죠. 그래서 늘 작품의 호흡과 흐름에 대해 고민합니다. 진척이 없을 때에는 혼자 끙끙 앓죠.
만화는 독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만화를 읽는 호흡을 조절할 수 있고 칸과 칸 사이의 빈 여백을 통해 독자 스스로가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시간 위에 얹혀진 이미지와 이야기를 가지고 진행되는 방식이므로 시간이 흘러 지나가고 나면 다시 돌이켜 볼 수 없기 때문에 관객이 상상해야 할 부분을 되도록이면 영상으로 재현해서 보여줘야 한다.

원작이 있는 애니메이션이든 오리지널 창작 애니메이션이든 감독(연출자)은 원래 계획했던 이야기에 따라 애니메이션의 컷과 프레임을 요리해서 의도하는 바를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때 컷과 프레임을 어떤 레서피를 가지고 요리하느냐는 전적으로 감독의 역량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 감독 역시 <사랑은 단백질>을 연출하면서 작품과 관객과의 소통에 대한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했고, 고민 중이다.

17번 컷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돼지 사장이 스쿠터를 타고 배달하는 장면"이란 설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앞, 뒤 컷을 보면서 최적의 레이아웃을 설정한다. 배경 작업이 진행되고 돼지 사장과 스쿠터를 3D 더미 애니메이션으 로 제작한다. 후반작업에 들어갈 스쿠터 사운드 이펙트를 염두에 두고 스쿠터가 언제 골목 안으로 진입할 것인지, 빠져나가는 속도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를 정한다. 그리고 스쿠터로 인해 빛의 흐름과 반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 결정한 후 최종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상호: 새로운 작업은 늘 즐겁습니다. 아니, 어떤 작업도 제겐 늘 즐거움을 줍니다. 공간을 살아 숨쉬게 만들고 캐릭터를 보내서 시간을 채운 후 그 시간을 다시 다듬는 작업은 큰 흐름을 스케치하든 디테일을 새기든 간에 재밌다는 거죠.
이로써 17번 컷은 원작만화에서도 주어지지 않았던 프레임을 확보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돼지 사장이 스쿠터를 타고 배달 가며 주인공들 사이의 시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17번 컷과 같은 꽤 많은 양의 컷들이 연 감독에 의해 새롭게 창작되거나 재해석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컷들은 편집 프로그램에서 "Render" 키를 누르기 전까지 프레임 단위로 쪼개져 잘려나가거나 다시 붙여지거나 하면서 끊임없이 최적 타이밍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과의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애니메이션의 컷과 컷,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는 매 순간 애니메이터들의 고민과 노력으로 무한 확장되고 있음을 느낀다.

 


원문 출처 : 월간 CGLAND 200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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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CGLAND에 실리기로 했던 표제 이미지

2화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의 새로운 발견

글: 김승인 (Studio DADAShow 프로듀서)


<지옥>을 제작했던 경험 때문에 이번 작품 역시 로토스코핑 방식으로 제작하려고 했던 연상호 감독은 작지만 복잡한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사실 늘 하던 방식이라 쉽게 생각했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하지만 로토스코핑이 보기엔 쉬워도 직접 진해하다 보면 많은 문제에 부딪히게 되거든요. 촬영 장소라던가, 화면 앵글이라던가 등등... 참 고민이 많이 되더라구요.

연감독은 <사랑은 단백질> 의 본작업(프로덕션)에 들어가기 앞서 이미 짜놓은 스토리보드를 다시 면밀히 검토했다. 좀 더 선명한 화질을 담아내기 위해 VX2000 디지털 캠코더도 빌려놓은 상태였다.

<지옥>의 로토스코핑 촬영은 단 하루 만에 끝냈었기 때문에 <사랑은 단백질>이라면 등장인물이 더 많아졌다고 하더라도 길게 잡아 이틀에서 사흘 정도면 모두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연감독은 호언 장담했다.

지금도 <지옥>을 보면 저걸 어떻게 완성했을까 스스로가 대견하게 생각되곤 해요. 많이 부족한 부분을 안고 시작했고 마무리했던 작품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랑은 단백질>은 <지옥>의 경험치로 본다면 초반 작업 세팅하는 부분은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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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토스코핑을 위한 촬영을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스토리보드와 대사, 각 씬의 분위기를 검토했고 정리했다. 그리고 배우들의 대사 녹음 파일을 씬 별로 구분하여 다시 정리했고 연기의 방향성을 설정했다. 촬영을 하기로 한 4월 30일. 나는 카메라를 챙겨 들고 연감독 집으로 향했다. 연감독의 집은 수 많은 DVD와 화보집, 자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평소 애니메이션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애니메이션 쟁이 감독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 물건들이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촬영을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잠시 집 안을 정리해야 했다. 사실 촬영을 하기 위한 환경이나 시스템은 열악했지만 이곳에서 <지옥> 시리즈가 탄생했음을 생각한다면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건 쾌적한 환경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무엇보다 "현명한 열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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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한 쪽에 놓여있던 컴퓨터에 배우들의 대사 웨이브(wave)파일을 카피해 놓고 한 씬 한 씬 재생해가며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열심히 연기를 하며 촬영에 임했다. 내가 카메라를 잡고 연감독이 모든 캐릭터를 연기했다. 원래 사람 동작의 작은 습관이나 패턴은 고유한 게 있어 한 사람이 모든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연감독이야 말로 <사랑은 단백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의 성격, 습관, 말투 등에 이미 정통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저도 사실 수줍음도 많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상하게 배우들 대사 녹음할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캐릭터를 대신해 연기를 하고 있노라면 그런 제 성격은 어디론가 사라지곤 하네요. 하핫. 이번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호였습니다. 재호는 규정하기 어려운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많은 캐릭터들 중에서 재호가 비교적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부분도 있고 키(key)를 쥐고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거든요. 돼지 사장이나 닭 사장 캐릭터는 배우들이 녹음할 때 감정선을 잘 잡아줬기 때문에 비교적 쉬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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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로 작업하는 연감독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때도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농 짙은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지옥>과는 사뭇 다른 쉽지 않은 캐릭터들의 표현 때문에 전체 내용의 1/3도 마치지 못하고 연감독은 잠시 '촬영중단'을 외쳤다. 결국 당일 촬영분 소스를 편집하고 원동화 테스트를 해 본 후 재촬영을 하기로 했다.

5월 1일  KOCCA(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현재 작업 중인 스튜디오)에서 촬영 소스를 IEEE1394와 Vegas 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로 옮기고 다시 After Effect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퀀스 파일로 출력을 했다. 촬영 이미지 파일을 프린트 출력한 후 트레이싱을 하던 연감독은 고민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이 방법으로는 못할 것 같습니다. 어려운 부분이 참 많군요." 로토스코핑 방식은 익숙하긴 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다. 가령 캐릭터들이 책상에 앉아 있을 경우엔 책상의 높이, 각도가 맞아야 동화 트레이싱을 한 후 배경과 합성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소품과 캐릭터들의 화면 앵글에 맞춰 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실제 소품을 준비해야 하고 캐릭터들이 자유롭게 움직여야 하는 공간이 필요했다. <지옥>의 경우엔 그런 소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동작을 추출할 수 있었지만 <사랑은 단백질>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던 대로 진행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익숙했던 제작방식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가장 복잡한 문제들을 안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새벽에 잠도 오지 않더군요. 그러던 중에 '그래! 이거다!'라고 할 만한 아이디어가 머리에 반짝 스쳐가더군요.

5월 8일 약간 상기된 얼굴로 연감독은 내게 말했다. "피디님, 이번 작품 제작방식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싶네요. 제작방식의 이름도 정해놨습니다.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 연감독과 나, 그리고 연찬흠 기술감독은 한자리에 앉아 새로운 제작방식에 대해 의논했다.

당시 우리는 메인 프로덕션에 돌입하기 전에 기술감독에게 3D로 배경을 만드는 일과 캐릭터 중 닭 사장 정도를 3D 더미로 만들 것을 주문했었다. <사랑은 단백질> 이야기의 80% 정도는 재호의 자취방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배경의 80%가 방 안 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 구조를 3D로 설정해 두면 손쉽게 카메라의 위치를 바꿀 수 있으니 레이아웃을 설정할 때 편리한 점이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사람 캐릭터는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애니메이션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닭 사장의 경우 하체 등 사람이 연기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3D 더미를 만들어 놓기로 했었다. 연감독은 이 점에 착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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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닭 사장 외 다른 캐릭터들도 모두 3D 더미를 만들려고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원화를 할 때 캐릭터의 턴어라운드 데이터가 있으면 작업이 편리하거든요. 그런데 3D 더미를 바로 애니메이팅을 해서 그 데이터로 원화로 그린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촬영할 때도 화면 앵글에 구애 받지 않고 아이-샷만으로 촬영한 후에 기술감독이 그 촬영소스를 보며 3D로 동작의 키(key)를 잡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죠. 그럼, 촬영이 쉬워지지 않겠어요?

더미 애니메이션에 대한 자초지종을 들은 나는 무조건 찬성할 수 만은 없었다. 왜냐하면 더미 애니메이션을 할 경우 기술감독에게 가중될 업무량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모델링은 시간 내에 해낸다고 해도 애니메이팅까지 한다는 건 무리일 듯 싶었다. 연감독도 그 부분에 대해 공감을 하긴 했지만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일단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물론 기술감독의 작업속도가 빠르기도 했고 게다가 이미 촬영된 소스가 있었기 때문에 더미로 애니메이션을 하는 건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혼자서 무려 170 컷에 달하는 분량의 더미 애니메이션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완성해냈다. 촬영소스에 선녹음한 대사를 붙인 후 편집해서 기술감독에게 넘겨주는 건 내 몫이었는데 나중에는 기술감독 작업 속도가 워낙 빨라 내 마음이 급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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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이건 단편이건 기존 애니메이션 중에 이미 3D 더미를 활용한 경우가 있었어요. 하지만 원화를 그려내기 위해 작품 전 과정을 3D 더미로 애니메이션을 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사랑은 단백질>이 처음이 되겠네요.

더미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① 보다 자연스럽고 정교한 캐릭터 움직임 표현 가능
애니메이션 원동화 작업시간 절감
③ 캐릭터 움직임에 대한 최종 아웃풋 프리뷰 용이
④ 형태 변형, 타이밍 불일치, 입 셀 불일치 등의 문제점 최소화
⑤ 실촬영 소스가 3D 더미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 삭제 및 부족한 부분 첨가 가능
⑥ 2D와 3D의 장점만을 활용
등이 그것이다.

특히 ⑤번의 경우 로토스코핑 기법과 비교했을 때 아주 편리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로토스코핑은 촬영 후 앵글의 변화나 동작의 수정 등이 쉽지 않고 수정을 하려면 불가피하게 재촬영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더미 애니메이션의 경우 3D 캐릭터의 즉각적인 수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⑥번의 경우 부연설명을 하자면 동작 관련한 부분은 3D로 표현하기가 2D보다는 편리하기 때문에 더미 애니메이션이 적합하고 표정 관련 부분은 3D보다 2D로 직접 해결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화 담당자들은 동작이나 형태에 대해 고민을 하기보다 사실적인 표정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 보다 풍성한 연기 표현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장점 외에 촬영 후 3D 더미 제작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단점으로 거론될 수 있지만 실제로 작업을 진행해 본 결과 그 단점은 다른 많은 장점으로 인해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더미 애니메이션은 마치 영화 촬영 현장에서 감독이 배우에게 Action과 Cut 사인을 보내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컨트롤하거나 OK 컷과 NG 컷을 바로 판단하는 과정도 닮아있다. 실촬영 소스를 더미 애니메이션으 로 재현하고 나면 연감독은 바로 체크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리테이크 지시를 내려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액션 연출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감독이 감독의 연출의도를 잘 파악하는 똑똑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를 만나는 게 중요하듯이 더미 애니메이션 역시 3D를 효율적으로 다루면서 감독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는 스태프가 무척 중요하다. 다행히 연찬흠 기술감독은 그런 부분에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줬고 작업방식이나 기술적 문제에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조언과 의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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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흠 기술감독

애니메이션은 시간과의 전쟁이다. 더미 애니메이션 기법은 시간에 쫓기는 감독과 애니메이터들에게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해줄 것이다. 하긴 그런 여유는 반납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유가 생기면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욕망하는 유전자가 그들 몸 안에서 슬며시 고개를 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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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월간 CGLAND 2007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