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反'. 차별을 주제로 한 이 웰메이드 만화책에 열광한 사람 중 하나라면
'의 출간에도 열광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늘 리뷰는 바로 그 '사이시옷' 중에서도 압권이라 할 수 있는, 최규석의 '창'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오래전 부식창고를 개조해, 창이 없는 내무실. 언뜻 폐쇄적인 분위기를 상상하기 쉽지만,
공간은 조금 좁아도 그 어떤 분대보다 화기애애한 내무실이다.
그 중심에는 성실하면서도 후임들을 아낄 줄 아는 병장 정철민이 있다.
골칫거리 신병 홍영수를 맡게 된다.
홍영수는 영 먹고 자는 것 외엔 관심도 없고 군대에 적응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르쳐 준 것도 종종 까먹고, 상병만 달면 왕고가 되는 행운의 '풀린 군번'
왕고이면서도 나태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정철민은 그런 홍영수가 자꾸 눈에 밟히는데...
'창'이 수작인 이유는, 전작의 연장선으로서의 '사이시옷' 작업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
차별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식을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전작의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약자'의 뒤를 쫓거나 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조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강자'라고 할 수 있는 고참 정철민의 뒤를 쫓는다.
성실하고, '평등한 대우'를 강조하는 정철민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그렇기에 그의 행동은 흔히 말하는 '차별'의 현장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홍영수가 '군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범 군인 정철민이
홍영수의 '페이크'에 넘어가 곤혹을 치루는 데 이르면, '역시 저 놈이 병신이야' 라고
생각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빡세게 뛰고 화끈하게 즐기자'는 정철민의 사고 -
그 사고틀 안에 편입되는 것이 홍영수가 원하는 것이었을까?
자신의 유토피아, 혹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유토피아가 옳다는 신념,
그리고 그 신념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야 말로 오만이며 폭력 아닐지.
미혼모, 여성, 학생, 외국인 -
'차별' 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사회적 약자는, 아마 이런 사람들일게다.
하지만 실상 이들에 대한 차별은 죄질이 나쁠지언정 '무서운 차별'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이들에 대한 차별의 존재와 그 부당성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차별이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정말 무서운 차별?
하면서도 자신이 '차별'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다른 정상적 가치(통일성)에 가려지는 차별, 당연시 되는 차별.
그런 것들이 사회 전체를 좀먹게 할 수 있는(파시즘 마냥 말이다), 정말 무서운 차별이다.
우리는 그런 차별과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를 위한 기치를 드높여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사이시옷' 이라는 만화책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주제로 한 만화가,
미적/ 내용적 미덕을 갖고 이 시대에 출판되었다는 것을 우리 사회에 대한 긍정의 증거로
내세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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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발표한 후 출판사에서 창에 소개글을 써달라기에 하루종일 고민하다가 다섯줄 정도의 글을 써 준 적이 있는데 보낸 다음 그만 그 글을 잃어버렸다. 그 때 내가 써 놓고도 참 간명하고 짠하게 잘 썼다 싶었는데 도무지 내용을 기억할 수가 없어 간혹 벽에다 머리를 박곤 하다가 오늘 이분의 글을 보고나니 대충 어떤 글이었는지 감이 잡힌다.
스토리를 준 상호나 각색 연출을 한 내가 쓴다 해도 이렇게 명료하게 '창'을 설명할 순 없을 듯 하다.
by
최규석-----------------------------------------------------------------------------------
사이시옷의 한 편인 <창>은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최규석이 각색과 연출을 담당한 작품이다.
완성 후에도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애매한거 같아 고민을 많이 했던 작품인데 이런 리뷰를 보고 나니 오히려 내가 <창>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부분이 명확해 지는 느낌이다.
by
연상호
최규석, 연상호의 <창>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