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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두개의 삶 _ The Hell

감독_연상호 /제공_ 씨지랜드, (주) 노브 커뮤니케이션
애니메이션 제작_스튜디오 다다쇼 / 제작_씨지랜드, (주) 노브 커뮤니케이션

DVD 구성

본편_ <지옥, 두개의 삶> 35분
SUBTITLE_ Korean/English

Special Features
_단편 애니메이션 <지옥>_무삭제 버전 11분
_<지옥,두개의 삶> 메이킹 필름 32분
_<지옥,두개의 삶> 오디오 코멘터리_연상호 감독,김양곤 피디_35분


_ 주어진 운명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그보다 더 나쁜 길이라도 스스로 선택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작
/김준양(애니메이션 컬럼리스트,<애니메이션 이미지의 연금술사
> 저자

_현실은 모습을 바꾼 지옥이며, 살점이 뜯기는 고통은 지옥을 각성하는 무자비한 친절이었다.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깊고 질긴 악몽을 눈앞에 펼쳐보이며 우리에게 충분히 아프라고 말을 건다.
/강도하(만화가 <위대한 캣츠비>)

_재능과 열정, 그리고 걱정스러울 정도의 성실함. 삽질 중인 한국애니메이션에 대한 분노와 반항. 대중을 버리고 상패 뒤로 숨어버린 이들에게 던지는 시원한 일갈.
/최규석(만화가 <습지생태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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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18세 미만 구입불가)
심의번호: 2006-V1404
등록번호: 강남 제 203호
제조년월: 2006년 10월

본 DVD는 대한민국 내 판매용으로 제작되었습니다.


2006년에 출시 된 <지옥,두개의 삶> DVD에 대한 정보였습니다.

DVD의 구입을 원하시는 분은 씨지랜드 홈페이지<지옥>공식 홈페이지에서 DVD를 구입하실수 있습니다.

LINK
<씨지랜드> 홈페이지
<지옥,두개의 삶> 홈페이지
<지옥,두개의 삶> DVD 구매페이지

@!! 씨지랜드의 발매 종료 및 절판 후의 구매 방법

출시 된지 좀 된 DVD 여서 절판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위의 구매 페이지에서는 더 이상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DVD 제작사인 씨지랜드에서도 DVD의 추가 제작 계획이 없는 상태입니다.
아마도 재고는 제가 가지고 있는 양이 전부 인 듯 싶습니다. 그래서 혹시 라도 <지옥, 두 개의 삶>의 DVD의 구매를 원하시는 분은 제 이메일( ani035@naver.com ) 으로 구매 의사를 알려주십시요. 그러면 제가 메일로 제 계좌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입금 확인 후 DVD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업데이트 된 소식.
DVD 구입을 원하시는 분은 홍대 상상마당의 지하 4층 상상 시네마에 가시면 지옥 DVD를 구입하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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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지옥, 두개의 삶
배급사: 인디스토리,씨지랜드
제작: 씨지랜드, 스튜디오 다다쇼
각본,감독: 연상호
러닝타임: 35분
제작년도: 2006년

제13회 리옹아시안영화제 애니메이션경쟁부문 (2007, 프랑스)
제10회 토론토릴국제아시안영화제 (2007, 캐나다)
제7회 애니마드리드-마드리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국제단편경쟁부문 (2007, 스페인)
판타지아영화제 (2007, 캐나다)
제5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전’ 경쟁부문 (2006)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선정 (2006)
제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문 (2006)
제2회 인디애니페스트 개막작 (2006)


<지옥,두개의 삶>의 예고편입니다.

<지옥,두개의 삶>은 2003년에 제작된 지옥 part01 과 2006년에 제작된 지옥part02 의 합본으로써 러닝타임 35분의 중편애니메이션입니다.
씨지랜드가 제작 투자하여 2006년 DVD로 출시되었습니다.

<지옥, 두개의 삶> 공식 홈페이지씨지랜드 싸이트에서 DVD를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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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동화 및 3D BG, Color

글: 김승인 (스튜디오 다다쇼 프로듀서)


시간의 움직임을 연결하다.

원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오랜 시간 속에서 열정과 애정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왔던 김창수, 장진열 두 사람과 실력과 뚝심으로 이제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정을 발산하려고 하는 최재훈 까지 세 사람은 정해진 시간 내에 최선의 퀄리티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이들이 그려낸 원화 사이의 공백을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동화를 내부 인력으로 구성해 진행하고 싶어했다.

연 상호: 이번 캐릭터들은 그려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서 외주로 진행할 경우 의사소통이 바로바로 되지 않으면 작업하는 사람이나 관리 감독하는 사람 모두 지칠 것 같아요. 게다가 전 진행되는 과정을 계속 지켜봐야 안심을 하는 편이라서...
 
물론 나 역시 연 감독의 생각에 동의한다. 작업과 관련된 소통, 시간 및 일정 관리, 퀄리티의 확보 등을 생각하면 동화 작업은 내부에서 진행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현실은 늘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동화팀을 내부 인력으로 구성할 공간, 장비가 확보될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외주업체를 선택해야만 했다. 마침 동화/칼라 외주업체인 e-grim을 소개 받게 되었는데 정해진 예산 때문에 서로 비용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쉽게 이야기가 풀렸다. 서로의 조건에 대해서는 조금씩 양보해가며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사랑은 단백질>의 경우 전체 동화 매수가 대략 14,000매 정도로 예상이 되었다. 여기에 한 컷 당 들어가는 인물들이 많을 경우 개별 작화를 해야 하니 실제로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매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우리는 e-grim과 상의 하에 스캔, 라인테스트, 동화, 채색, 디지털 효과까지 일련의 과정을 모두 맡기기로 하며 동화 매수를 최소화하는데 신경을 썼다.

<사랑은 단백질>의 동화 매수는 다른 작품과 비교해봤을 때 거의 극장판에 육박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모든 컷에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는 연상호 감독이 매 컷마다 캐릭터들의 연기와 내용의 흐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며 공을 들였기 때문이었다. <사랑은 단백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의 흐름인데 그걸 연출하고 표현하려다 보니 매 장면에서 캐릭터들이 희로애락을 표출하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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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상호: <사랑은 단백질>과 같은 작품에서 중요한 건 감정의 흐름을 어떻게 배치해 놓느냐죠. 이같은 작품에서 액션의 크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의 표정, 손동작, 고개의 움직임 등 미세하지만 그들의 감정이 드러날 수 있는 연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것 때문에 동화 작업자들을 괴롭게 하긴 했지만요.

연 감독의 말처럼 <사랑은 단백질>의 연출방식은 그대로 원화와 동화 작업에 반영이 되어 작업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하지만 피해갈 수 없었다. 원화는 그나마 수월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동화 작업자들은 각 캐릭터들의 작은 동작, 몸과 얼굴 표정의 형태를 유지하며 초당 24프레임을 그려내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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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홍찬' 캐릭터

지난 번에 언급했듯이 <사랑은 단백질>의 캐릭터들은 그리기가 참 까다로운 편인데 e-grim에서도 역시 처음 동화 테스트를 할 때 형태가 연 감독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아 무척 애를 먹었다. 캐릭터가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고 별 무리 없이 진행이 될 즈음엔 미묘한 움직임을 계속 그려내야 하는 것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수 많은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 시도해보지 않은 여러 방법들을 실현하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어려웠던 만큼 분명 좋은 결과로 노력에 대한 대가를 보답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동화 작업자들은 보통의 경우 동작이 큰 액션장면이나 몸 전체를 움직이는 장면들이 많을 경우 동화 작업을 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고 하는데 <사랑은 단백질>은 몸을 움직이는 폭이 무척 작은 반면에 표정과 같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장면들이 많아 동화 작업을 하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시피 한 똑같은 장면을 계속해서 그리는 셈이 되어서 지루하기도 할 테고 조금이라도 선이 틀려지면 바로 리테이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작업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e-grim 은 동화/칼라 외주업체라서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작업자들이 <사랑은 단백질> 동화를 무척 부담스러워해서 기피하는 현상까지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그림자 구분선도 한 몫을 했는데 가령 일반 애니메이션의 경우 색 지정은 2단계로 해서 원래의 색과 그림자 색 두 가지로 나누어 진행한다. 그런데 <사랑은 단백질>의 경우 모든 장면에 원래의 색, 그림자 색에 하일라이트까지 첨가했으니 그 구분선 중에 어느 한쪽이라도 위치를 벗어나게 되면 리테이크가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 발주를 주는 쪽이나 일을 받는 쪽이나 모두 꼼꼼히 확인해야만 해서 신경이 몇 배 더 쓰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럴 때는 캐릭터 형태 및 그림자, 하일라이트 등에 대해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예측하고 데이터를 준비해 두고 있어야만 작업 지시와 확인과정을 포함한 전 공정에서 문제가 최소화 할 수 있다.

연 상호: 처음에 조금 욕심을 부린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퀄리티를 높여 정말 좋은 그림을 뽑아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림자 부분을 너무 복잡하게 설정한 걸 조금은 후회하고 있어요. 욕심이 과했다 싶었죠. 오히려 그림자와 하일라이트에 집중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였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은 차기작에서 반드시 만회할 겁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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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단백질>의 주된 배경은 반지하 자취방이다. 반지하 자취방이란 배경설정은 배경 작업 진행에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안고 있었는데 장점은 공간의 변화가 많지 않다 보니 방 배경에 필요한 모든 소품들을 3D로 설계 및 설정한 후 원하는 레이아웃을 손쉽게 얻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고 단점은 공간의 제한 때문에 작품의 흐름이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고 똑같은 공간 내에 다른 빛의 표현을 하는 게 무척 까다롭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선택의 폭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연찬흠 기술감독은 원작에 근거해 자취방의 전체 구조를 설정했다.(연재 2화 참고) 3D로 설정된 배경은 이미지로 출력된 후 정현욱 배경감독에게 넘어가 선 및 칼라 작업이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전선 한 가닥조차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만화 속에서 산발적으로 보이는 배경의 모든 소도구를 하나로 조합해 3D 프로그램 안에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그 가상의 공간을 다시 현실세계로 가져오는 작업은 손에 잡힐 듯한,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한 배경을 만들어 냈고 그로 인해 캐릭터들도 그 안에서 더욱 생기를 띄게 되었다.

연상호: 3D로 설정한 배경과 만화에서 보이는 배경의 느낌을 일치시키는 게 중요했어요. 작업의 효율성을 고려해 3D로 배경 설정을 했지만 최종 결과물은 만화에서 봤던 이미지의 발전된 형태여야 했거든요. 3D지만 3D가 아닌 느낌, 게다가 3D로 작업한 결과물은 어떻게 해도 기계적인 느낌이 있기 때문에 프린트 출력한 3D 이미지 위에 연필로 다시 선을 따고 스캔을 받은 후 칼라 작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처음에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광각 앵글이었는데요. 결국 적절한 방법을 찾긴 했지만 작업 초기엔 3D 공간 안에서 카메라를 바꿔가며 앵글을 설정해도 만화에서 보던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의 광각이 나오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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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추출한 이미지를 다시 라이트박스 위에서 연필로 외곽선을 따내고 그걸 다시 스캔 받아 채색하는 과정은 언뜻 보면 작업공정이 많아져 짐짓 미련해 보일 수 있지만 결코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최대한 손 맛이 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카툰 렌더링이 아니라 작업자의 손으로 다시 재가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세히 보면 손으로 빚어낸 배경 속에 3D 가상공간이 남아있음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분명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정현욱 배경감독은 배경에 색을 입혀가며 컨셉 이미지를 만들어낼 때가 가장 힘들다고 고백했다. 만화가 칼라로 작업된 것이긴 했지만 단순히 스포이드로 색을 추출해 입힌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애니메이션은 만화와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트리지는 않되 새로운 창작물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만화 안에 있던 빛을 다시 재가공하고 만화 안에 있던 공간의 기울기를 재설정하는 과정은 만화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과도 같았다.

캐릭터의 칼라도 마찬가지였는데 지면으로 마주하던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하며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으로 재탄생 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했던 건 캐릭터의 흐트러짐 없는 형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칼라 설정이었다. 그림자의 크기, 얼굴의 홍조, 옷의 칼라들이 배경과 마찬가지로 만화를 보듯 자연스럽지만 그 자체로 창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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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상호: 처음에는 배경 칼라를 어떻게 설정해도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더라구요. 규석이와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원작이 눈 앞에 있고, 데이터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황에서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번 작품 배경 설정에서 신경을 많이 썼던 건 칼라의 배치보다도 빛의 흐름이었습니다. 일본이나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익숙하게 보던 빛의 흐름이 아닌 저희들이 살고 있는 공간의 빛, 만화 속의 빛을 배경에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했습니다.

로토스코핑 기법을 활용한 <지옥>의 연상호 감독은 <사랑은 단백질>에서 진일보하고 있다. 중단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넘어 전작의 문제점을 해결해가며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작업 공정과 방법을 찾아 스스로 변태(變態) 중이다. 

<사랑은 단백질>은 만화와는 또 다른 느낌의 칼라와 공간의 활용을 보여줄 것이다.
 



원문 출처: 월간 CGLAND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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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캐릭터에 생명력을, 배경에 활력을!


글: 김승인 (Studio DADAShow 프로듀서)


삽화체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은 삽화체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삽화체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건 삽화체 애니메이션 원화를 그리는 사람 역시 드물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사랑은 단백질>의 원작자 최규석 작가의 그림체가 언뜻 보면 쉬운 듯 해도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정리하다 보면 (혹은 따라 그려보면) 캐릭터의 특성을 계속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까지 <사랑은 단백질> 원화진행을 앞두고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원 화 작업자를 섭외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실력이 출중하다고 알려진 사람들은 예산문제로 인해 면접기회조차도 가져볼 수 없었고 예산에 맞춰 작업자를 섭외하려고 면접을 보면 부족한 실력으로 인해 돌려보내야 했다. 결국 고민 끝에 연상호 감독은 원화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뎃생력, 즉 그림 실력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연상호: 뎃생력이 탄탄하다면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하나하나 가르치면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제작 방식이라면 원화에 대한 개념과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러나 <사랑은 단백질>에서 캐릭터들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단순 주입식으로 암기한 뎃생력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게 뻔했기 때문에 스튜디오를 찾아온 몇 몇 사람들 역시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연감독의 요구사항은 평균 이상을 상회하고 있었지만 말릴 수는 없었다. 작품 퀄리티를 높이려는 사람에게 퀄리티를 포기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작업 스케줄을 체크해가며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변 사람들을 통해 사람을 소개 받고 연락한 후 포트폴리오를 받아보고 판단/결정하는 과정들이 지루하게 반복되고 있었다. 비용과 능력, 작품에 대한 열의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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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불어 넣는 사람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스태프를 섭외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중 옆 스튜디오에서 작업이 끝나가고 있던 원화맨 두 명(김창수, 장진열)을 소개 받게 되었다. 두 사람은 OEM 경험도 있지만 꾸준히 창작 애니메이션 원화를 해왔다고 했다.  물론 창작 애니메이션 중에 삽화체 애니메이션이 거의 없었음을 생각할 때 두 사람이 <사랑은 단백질> 원화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스태프 섭외에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두 사람에게 원작 만화와 스토리보드, 캐릭터 설정 등을 보여줬는데 상당히 흥미로워했고 원화 역시 재미있겠다며 열의를 보였다. 솔직히 삽화체 애니메이션 경험자가 많지 않다면 누가 원화를 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했던 건 작품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고 이렇게 해서 우리는 함께 작업을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거의 같은 시기에 한국에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 를 휴학 중이던 최재훈 씨를 소개 받고 포트폴리오를 보게 되었는데 그림체나 느낌들이 좋아 함께 작업하기로 바로 결정했다. 원래 원화감독 1명, 원화맨 2명을 섭외하려고 했던 계획이 원화맨 3명으로 조정되며 변화가 생기긴 했지만 더미(Dummy) 애니메이션 방식과 D.O.V.A(선녹음)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판단은 옳았다.

연 상호: 원화를 전부 체크, 감독해 낼 사람이 없다는 건 부담스럽긴 하지만 제가 스태프들과 함께 하나하나 점검하도록 해야죠. 뭐... 그런데 제가 원화 테스트를 해보니 역시 최규석 작가의 그림체는 쉽지 않네요. 원화하시는 분들이 잘 해주시겠지만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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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의 움직임, 타이밍, 형태 등은 이미 더미 애니메이션으 로 제작이 된 상태였기 때문에 별 다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형태가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적절한 타이밍인지 고민해야 할 시간을 대사에 맞춰 표정을 풍부하게 만들고  립싱크를 맞추며 손(가락) 동작의 형태를 표현하는데 할애하면 되었다.

세 명의 원화맨들은 처음 시작부터 연감독과 나의 우려를 잠재우기라도 하듯 안정된 퀄리티를 보여줬고 섬세한 표정과 캐릭터 형태의 일관성을 유지했다. 감히 단언하건대 이들로 인해 <사랑은 단백질>은 진일보한 애니메이션 원화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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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창수: 연상호 감독님의 <지옥>을 보고 난 후 언제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사랑은 단백질>은 막상 접하고 보면 <지옥>보다는 느낌이 덜 전해지는 듯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지옥>과 같이 작품 안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가 읽혀졌고 감독님이 늘 얘기하는 모습이 투영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미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이라는 게 흥미롭더군요.충분히 경험해 볼만 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더미 시스템은 원화를 진행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없고 퀄리티 유지에 많은 장점이 있는 반면 기존의 원화 방식보다는 그림 그리는 맛이 덜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작품 속 많은 인물 중에 닭 사장에 가장 많은 애착이 갑니다. 아! 지금 제가 주로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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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진열: 원작 만화의 그림체가 참 매력적이었어요. 그 전에 참여했던 작품들의 그림체는 비교적 단순했어요. <사랑은 단백질>같은 삽화체나 복잡한 그림은 거의 없었거든요. 그림체가 좋았긴 했지만 처음 원작을 읽었을 때는 <사랑은 단백질>을 왜 굳이 애니메이션으 로 제작하려고 하는지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면서 원작 만화를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는데요. 자꾸 빠져 들더라구요. 여러 가지 메시지도 담겨있음을 알게 되었고 특히 사회 속의 부조리, 관계의 부조리가 느껴지면서 다시 한 번 나와 사회를 돌아보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작품 속 재호가 가장 맘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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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 작업은 생각보다 재밌어요. 원래 알고 있던 원화 제작과정과는 달리 3D 기반으로 된 더미 애니메이션을 원화로 재현한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죠. 새로운 제작 시스템을 경험한다는 건 늘 흥미롭네요.

원작 만화는 섭외가 된 후에 읽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단백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 생각해보니 참 재밌을 것 같더라구요. 한 편으론 <지옥>을 만든 연상호 감독님이 <사랑은 단백질>을 연출한다는 게 의아하긴 했지만요.^^

그림요?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캐릭터가 잘 잡혀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 속 재호가 가장 맘에 들고 홍찬이가 가장 싫어요. 게다가 홍찬이는 그림 그리기가 너무 까다롭습니다.-_-;
 

3D에서 2D를 추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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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더미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으로 인해 BG와 캐릭터 등의 레이아웃은 완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원화진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다만, 3D로 설정해 놓은 BG를 어떤 방식으로 완성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샘플링 작업이 필요했다. 정현욱 배경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정식으로 참여한 적은 없었지만 <지옥:part 02>에서 오프닝 지옥도를 그리며 잠깐이나마 연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었고 개인 작업도 꾸준히 해왔던 터라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3D 배경을 캡춰해서 그 위에 바로 채색을 하는 방식으로는 적절한 효과가 나오기 어려웠기 때문에 배경 역시 3D 데이터를 프린트 한 후 그 위에 다시 연필 선으로 트레이스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트레이스가 된 이미지는 스캔과정을 거친 후 포토샵을 통해 채색 전 과정을 진행했다. 선명한 이미지 라인에 색을 넣어 부드럽게 만드는 것과 자연스러운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채널 및 레이어 모드를 활용하는 등 첫 완성 배경을 만들어내는 데 적지 않은 노력과 연구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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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욱: 애니메이션 제작에 정식으로 참여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사랑은 단백질>이 첫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연상호 감독님과 원래 친분이 있어 <사랑은 단백질>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한 편으로는 작품의 퀄리티를 최대한 올려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쉽지가 않더라구요.

결국 제가 그림 그리는 방식은 최소화하고 감독님과의 끊임없는 조율을 통해 애니메이션 배경 제작에 적합한 방식을 최대한 빨리 습득할 수 있도록 컨트롤해야 했습니다. 색감을 만들어내는 일부터 배경 속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넘어갈 수 없었지만 특히 어려웠던 부분은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이 없었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장면이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있되 일관성을 유지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사랑은 단백질> 캐릭터요? 하핫, 모두 제 친구들 캐릭터입니다. 배경이 되는 자취방 역시 제가 살았던 곳이기도 하구요.^^;

문제는 원작 만화에서 보여지는 광각 앵글이었는데 원래 광각이 들어가지 않는 장면은 3D로 처리하고 광각 장면은 배경 감독의 재량에 맡길 요량이었다. 그런데 광각 앵글은 소실점의 일부분 또는 라인의 기울기가 조금만 틀어지더라도 배경 전체가 일그러져 보였다. 게다가 캐릭터는 더미로 완성된 터라 두 가지를 합성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배경과 더미 캐릭터 모두 포토샵을 이용해 광각 앵글로 전환하기로 했고 마침내 성공했다. 원작 만화에서 보여지는 미묘한 앵글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수 차례 수치를 바꿔가며 테스트 한 결과였다.

연상호: 원화가 3D 데이터 위에 연필로 작화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될 테니 배경 라인 역시 연필 느낌이 살아나야 했습니다. 작업효율을 위해 더미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을 택하긴 했어도 제가 원하는 애니메이션은 완벽한 2D 느낌이어야 했으니까요.

사 실 배경의 경우 3D로 세팅한 후 다시 연필로 트레이스를 하는 게 작업량 증가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원하는 각도, 레이아웃을 쉽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배경감독의 작업량을 절반 정도로 감소해주는 장점이 있는 셈이라 할 수 있죠.

캐릭터, 움직임, 배경, 색감 모든 면에서 원작 만화의 느낌과 분위기를 유지하되 <사랑은 단백질>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정지된 만화의 프레임 간 유기적 관계, 내용의 행간을 영상언어와 영상연출을 통해 재창작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80년대 후반 몇 편의 원작 만화가 애니메이션 TV시리즈로 제작된 이후 원작 만화를 다시 중단편 또는 장편 애니메이션으 로 제작된 예가 없었음을 생각해 볼 때 더더욱 조심스러운 부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연상호 감독은 최규석 작가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사랑은 단백질> 원작 만화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영상 언어 연출의 묘미를 창조해가는데 주저함이 없으며 조금씩 그 결과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원문 출처 : 월간 씨지랜드 200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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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사랑은 단백질> 탄생과 준비


글: 김승인(STUDIO DADAShow 프로듀서)

<사랑은 단백질>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는 다다쇼(DADAShow)라는 애니메이션, 만화 창작집단을 조직해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였고 연상호 감독은 이미 애니메이션 <지옥:part01>을 끝내고 <지옥:part02>를 기획 중에 있었다. 최규석 작가 역시 단편 만화 <공룡 둘리>로 세간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때였는데 최규석 작가는 대학 때 작업한 단편들을 모아 <공룡 둘리>를 표제작으로 한 단편집이 출간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게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쥬>였고 그 단편집에는 <공룡 둘리>와 대학 때 단편 이외에도 신작 단편 하나를 준비하고 있었다.

최규석 작가는 단편집이 출간됨과 동시에 다다쇼 사무실을 찾아가 연상호 감독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줬고 연상호 감독은 비로소 최규석 작가의 단편집의 문을 여는 신작 단편 <사랑은 단백질>과 첫 대면을 하게 된다. (후에 <사랑은 단백질>의 모든 캐릭터는 장편 <습지 생태보고서>에 그대로 등장하며 진화하게 된다.) 연상호 감독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억한다.

그 때 본 단편 <사랑은 단백질>은 상당히 충격이었습니다. 그 작품은 규석이가 그 동안 해왔던 공격적인 스토리 라인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었지만 내용과 유머는 더욱 단단해져 있었거든요. - 연상호

연상호 감독은 최규석 작가에게 <지옥:part02>가 끝나면 <사랑은 단백질>을 애니메이션화 하길 제안했고 최규석 작가는 알듯 모를 듯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3월 5일
내가 <사랑은 단백질>을 처음 접한 뒤로 3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사랑은 단백질> 애니메이션 기획이 2007년 문화컨텐츠진흥원의 스튜디오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면서 <지옥>을 만들던 때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사랑은 단백질>의 애니메이션 제작 진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시작인가. - 연상호

연상호 감독은 문화컨텐츠진흥원 스튜디오 제작지원작에 선정됨과 동시에 고민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그간 1인 제작 방식으로 해왔던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스태프를 구성해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스튜디오 작업 방식으로 전환하는 일이었다. 오랫동안 혼자서 작업하던 방식이 쉽게 바뀔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는 연상호 감독은 일단 자신이 준비한 <사랑은 단백질> 기획에 맞춰 차근차근 스태프를 구성하기로 한다.

3월 15일
원작자인 규석이와도 <사랑은 단백질>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규석이는 애니메이션화를 위한 캐릭터 설정을 자신이 잡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규석이는 한겨레21 연재와 신작 준비를 하고 있어 그게 가능할까 싶다. 그런데 고맙게도 한달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하니 일이 잘 풀리려는 예감마저 든다.

원작자가 직접 캐릭터 설정을 해 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원작자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제작에 협조적이다 보니 작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져만 간다. - 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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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 만화가 - <사랑은 단백질> 원작자

이번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연상호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사운드였다. 대사부터 음악까지 사운드가 <사랑은 단백질>에 미치게 될 영향은 상당히 큰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작품이 실제적인 느낌이 나길 원했다.

저는 이번 작업에 굉장히 리얼한 연출법을 쓰고 싶었습니다. 판타지이긴 하지만 진짜 현실 같은 리얼한 움직임과 리얼한 상황 그런 것들이 필요했던 것이죠. - 연상호

만화의 대사는 지면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함축적인 대사와 연출을 사용하지만 그것을 영상으로 옮길 때는 표현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연상호 감독은 모든 대사를 새로 써야만 했으며 연출의 느낌이 원작과 달라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새롭게 써진 대사가 주는 느낌과 만화의 함축적 대사가 주는 느낌은 동일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연상호

<사랑은 단백질>의 사운드와 음악은 <지옥:part01>과 <지옥:part02>의 사운드 감독을 담당했던 오윤석 감독이 다시 맡아주기로 했다.

3월 20일
이번 작업의 프로듀서인 김승인 PD와 함께 이번 작업의 사운드와 음악을 담당하기로 한 오윤석 감독님을 만나러 갔다. 오윤석 감독님은 감독이 원하는 바를 감독 자신 보다 더 잘 찾아내는 사운드 감독이라 생각한다. 그보다 더 뛰어난 사운드 감독이 있겠는가!!

오윤석 감독님은 나에게 이번 작업을 선 녹음 방식을 이용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를 하신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작품 연출에 대해 고민했던 부분과 잘 맞아떨어지는 작업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선 녹음을 하면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애드립이 애니메이션에서 살아날 수 있을 것이고 애니메이션 역시 리얼한 연출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선녹음을 하자! - 연상호

배우 섭외는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부분이다. 가령 직업 성우들은 시간 개념이 무척 철두철미해서 섭외가 되고 비용이 책정되는 순간 녹음 시간이 일정시간 초과되지 않기를 요구한다. 물론 정당한 요구임에는 틀림없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작업 공정을 소화해내야 하는 중단편 애니메이션 작업에 있어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럴 경우 구체적인 디렉션을 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토로한다. 또한 성우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음색과 연기 패턴이 일정부분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감독이 원하는 연출방향과 어긋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연상호 감독은 일단 직업 성우들을 섭외 대상에서 배제하고 드라마, 영화, 연극 쪽에서 크고 작은 활동들을 하고 있는 배우들을 섭외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또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상호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배우라고 해서 어려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죠. 연기자의 경우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상 본인의 얼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절반 짜리 연기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애니메이션에 대한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섭외를 할 때마다 어떻게 설명을 하고 부탁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됩니다. - 연상호

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직업 성우보다는 연기자들이 연출방향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인들을 통해 섭외를 하기 시작했다. 친분이 있는 경우엔 자연스럽게 그들의 목소리 및 성향을 떠올릴 수 있었던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엔 소개를 받은 후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또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적절한 배역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섭외를 진행해갔다.

3월 27일
주요 배역인 닭 사장과 돼지 사장은 40대 중반의 중년 남자로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젊은 연기자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두 배역만큼은 진짜 40대 중년 남자의 디테일한 연기가 필요했다. 닭 사장과 돼지 사장 배역에 맞는 배우를 찾기 위해 주변에 아는 연기자들을 통해 섭외를 부탁했고 마침 <지옥:part02>의 재영 역을 했었던 이주영 씨가 최근창 선배와 이돈용 선배를 추천해 주었다.

이번에 소개 받은 두 분은 정말 40대 연기자... 아- 엄청 선배잖아! 그래도 작품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고민과 부담은 별 문제가 되지 않기 마련이다. 일단 이주영 씨에게 소개를 받은 최근창 선배와 전화 통화를 하고 시나리오를 보내주고 난 후 인터넷으로 최근창 선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연극계에서 관록이 붙은 베테랑 연기자였다. 시나리오를 보내 놓고 '거절하면 어쩌지...', '연락이 안 오면 어쩌지' 하며 고민 하던 중 최근창 선배에게 경복궁 근처에서 한번 보자는 연락이 왔다.

약속 당일. 최근창 선배, 이돈용 선배와 함께 경복궁 앞 벤치에 앉았다. 최근창 선배는 내심 걱정하고 있던 내게 "시나리오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며 고맙게도 "꼭 출연하고 싶다"고 말해줬다. 게다가 이돈용 선배는 만화 <사랑은 단백질>를 이미 전에 읽어 봤다고 하는 게 아닌가. 우리들의 대화는 그때부터 일사 천리로 풀려갔다. 바람이 꽤 많이 불던 초 봄, 경복궁 벤치에서 우리는 <사랑은 단백질>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수다를 떨며 주고 받았다. 기쁘다. - 연상호

<사랑은 단백질>의 특이할 점은 더미(Dummy) 애니메이션과 선 녹음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인데 이는 중단편 애니메이션에 있어 주목할 만 하다. 더미 애니메이션은 다음 시간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 텐데 간단히 말하면 3D 모델링을 활용한 2D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연상호 감독은 <사랑은 단백질>의 선 녹음 방식을 D.O.V.A 애니메이션이라 명명했다. 연상호 감독의 해석에 따르면 "기존의 일반적인 선 녹음 방식이라는 개념보다 진일보한 방식"이라는 것인데 즉 "목소리 연기를 드로잉한다(Drawing of Voice Act)"는 것이다. 물론 선 녹음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 성우 혹은 연기자들이 목소리를 통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표현해 내는 것이긴 하지만 D.O.V.A 애니메이션의 경우 보다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몸과 목소리 연기를 마치 화폭에 그림을 그리듯 드로잉 해 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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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V.A System이라 이름 붙여진 선녹음 방식

이렇듯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목소리만 연기하는 게 아닌 연기자들의 심성과 삶의 이력도 함께 투영되어야 비로소 감독이 원하는 리얼한, 실제적인 애니메이션 연출이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창 씨, 이돈용 씨가 맡은 닭 사장, 돼지 사장 외에 <사랑은 단백질>에는 세 청년 재호, 홍찬, 경순 등 중요한 배역이 더 있는데 연상호 감독은 이 세 청년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줄 사람으로 미쟝센 영화제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독립영화 감독이자 배우인 양익준 씨와 영화배우 오정세 씨, 그리고 연극배우인 박진수 씨를 만나 섭외를 하게 되었다. 이들은 각각 재호, 홍찬, 경순의 캐릭터를 배정 받게 되면서 <사랑은 단백질> 주요 등장인물의 라인 업이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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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주인공과 출연진 소개

4월 11일
우리는 문화컨텐츠 진흥원에 있는 작업실에서 녹음 전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리고 대사 리딩을 위해 리허설을 가졌다. 원작자인 규석이도 리허설에 참가해 내가 놓치고 있던 각 캐릭터의 디테일한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도움을 줬다. 3시간이라는 긴 시간의 리허설이 끝난 후 동태찌게로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식사 중에도 배우들은 작품의 캐릭터와 감정, 내용 등에 대해 수없이 질문하며 작품과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 이 정도 열정이라면 분명 완성도 높은 연기를 따낼 수 있다! - 연상호

녹음 전 리허설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리얼하고 디테일한 작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연상호 감독은 실제 녹음을 하기 전 연기 디렉팅을 위해 그리고 각 캐릭터의 성격 구축을 위해 리허설이 필요하다고 수 차례 역설했고 이에 따라 5명의 연기자들과 함께 한 리허설은 성공적인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리허설이 끝난 후에도 각 연기자들에 대한 개별적 분석을 통해 애니메이션 캐릭터와의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몇 차례 대사를 바꾸거나 어투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최대한 실제 인물에 가깝도록 수정하며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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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호 역 - 배우 양익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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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사장 역 - 배우 최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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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 역 - 배우 오정세


4월 15일
드디어 녹음이 끝났다. 아침 8시에 시작한 녹음은 밤 12시가 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애니메이션 작업공정 중에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작업이 녹음인 것 같다. 정확한 감정을 뽑아내야 하지만 그것이 공식처럼 설명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게다가 계속 NG가 나면 배우들은 지치기 마련이고 배우가 지치면 연기는 더욱 나오지 않는다.
 
이번 녹음을 할 때 나는 체면 차릴 것도 없이 온갖 몸짓 발짓을 섞어 직접 연기를 하며 디렉팅을 했다. 그리고 배우들도 이런 내 맘을 알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주었다.
 
아주 특이한 캐릭터인 재호 역을 맡은 익준이 형은 몇 번이나 목이 잠기면서도 불평불만 한마디 없이 내 설명을 들으며 최선을 다해주었다. 결국 12시가 넘어서야 익준이 형의 연기를 마지막으로 녹음이 끝났다. 익준이 형은 정말 땀 범벅이 될 정도로 최선을 다해 주었다. 잔잔한 감성의 연기를 많이 해왔던 익준이 형이 정 반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재호 역을 연기하다니!

익준이 형에게 농담 삼아 말을 건넸다. "사랑은 단백질이 완성 되면 익준이 형의 연기변신에 모두 놀랄 거야"  - 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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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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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석 사운드감독(좌) / 연상호 감독(우)

이제 녹음도 끝났다. 자! 이제 종이와 연필들과 지루한 싸움의 시작이다.
 

원문 출처: 월간 CGLAND 200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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